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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마스터 Nov 22. 2022

3등항해사의 업무(1): 항해당직

선박은 1년 365일 쉼없이 움직인다.

3등항해사는 선교에서 4시간 동안 항해당직 업무에 종사한다. 그리고 나머지 8시간 동안 식사를 하거나, 서류업무등 시간외 근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다람쥐 챗바귀처럼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밤, 낮을 가리지 않고 4시간 3교대의 당직 근무가 반복된다. 개악법인 선원법의 족쇄로 휴일근로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말이다.


초임 3등항해사는 갓 운전면허를 딴 초보운전인 상태로 자가용보다 몇만배 크고 무거운 짐과 빌라 한동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덤프트럭 운전수와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자칫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기에 초긴장 상태로 임하게 되고, 초임 3등항해사의 능력을 신뢰할 수 없는 선장은 곁을 지키거나 방에서 모니터링하며 수시로 간섭을 하게 된다. 


경험이 없는 3등항해사가 선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잡고, 수천억 원 가치의 화물이 실린 선박을 4시간 동안 조선하는데, 초보운전답게 당연히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는데, 선장의 지시사항을 어긴 경우에는 정신차리라는 의미로 선장으로부터 따끔한 경고를 듣거나 시말서를 쓰기도 한다.


<에피소드1>

나의 경험을 떠올려 보자. 십수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걸 보면, 초임 3항사였던 나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대략적인 상황은 목적지인 울산항으로 가기 위해 부산 앞바다를 지나고 있었고, 부산 앞바다는 입출항 선박 외에도 위아래로 이동하는 선박과 이동 중인 많은 어선까지 꽤나 복잡한 상황이었다.


선장 : 잠시 통화 좀 할테니 코스라인 따라서 삼항사가 직접 몰고 가도록!

3항사: 네 알겠습니다.

3항사: 선장의 통화가 길어졌고, 레이다 상에 5마일 전방에서 마주오는 선박이 VHF로 호출하여 우현대우현을 요청하였고, 별 생각 없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우현대우현(서로 상대선박의 오른쪽으로 보고 지나감)을 위해 조타수에게 거침없이 "포트 텐" 조타 명령을 하였고, 뱃머리가 왼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본선의 왼쪽편에는 운항상 위험한 선박이나 어선은 없었지만, 부산항 입항을 위한 항로와 오륙도섬이 근접해있었다.


뱃머리 앞쪽으로 오륙도섬이 보이자 선교 밖에서 통화를 하던 선장이 다급히 뛰어 들어와서 "3항사 미쳤어? COLREG상 좌현대좌현 하라고 학교에서 안배웠어? 섬에 처박을꺼야? 조타수 하드스타보드, 스테디 제로세븐제로" 마주오는 선박을 VHF로 다시 불러서 좌현대좌현 통항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안전하게 상대 선박을 피한 후 담배를 연거푸 몰아 피던 선장은 혼자서 화를 삭이느라 5분여간 씨발씨발 쌍욕을 해댔다.


그 당시 나는 솔직히 뭐가 잘못되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고, 심각할 정도의 위험상황도 아니어서 억울하기도 했고, 선장이 그 정도로 화낼 일인가에만 집중했었다. 그런데 선장이 된 지금은 그 선장의 마음이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선박의 총 책임자로써 아직 초임 3등항해사의 판단과 조선을 신뢰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행동이, 십수년간의 항해경험을 가진 선장의 판단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쉽고 안전하게 갈수 있는 길을 굳이 어렵고 위함한 쪽으로 변경하였기에 그동안의 열심히 노력하여 쌓은 삼등항해사의 신뢰는 산산이 부서질 수 밖에 없었다.


자동차로 예를 들면 왕복 2차로에서 지나가는 행인이 없다면, 노란불인 상황에서는 빠르게 지나갈 수도 있지만, 왕복 10차 교차로인 경우에 노란불인 상황에서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므로 멈춰야 한다. 그런데 업무차 이동중 신입사원이 노란불에 왕복10차 교차로를 그냥 내달린다면 뒤에 탄 부장이나 상사는 욕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을것이다.


이처럼 항해당직은 기본적으로 2차원으로 표시되는 레이더와 엑디스상 상대 선박의 이동방향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시키는 공간감각적 능력과 어떻게 하면 가장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지 빠른 판단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


초임 3등항해사 시절의 따끔했던 기억이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을 보면, 나도 앞으로 초임 3등항해사의 실수를 직면했을때,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강력한 한방을 선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그건 우리때나 받아들여 졌고, 지금 MZ 세대들은 LATTE와는 다르기에 최대한 이해를 시키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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