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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Mar 09. 2022

분노조절로 성숙한 인간관계 맺기(소심형)

 누군가가 나를 화나게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로 반응합니다. 버럭!! 하고 화를 내거나, 쿨한 척 또는 착한 척 아무 말 못 하고 웃어넘기거나.. 버럭형은 앞의 글에서 이야기했으니까 이번엔 아무 말도 못 하고 참아 넘기는 대부분의 소심형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우리는 다들 정말로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그 상황에서는 그냥 웃어넘기는 게 쿨한 거라고, 착한 거라고 생각하고 그게 낫다고 생각하죠. 그리고는 웃어넘겨요. 아니 웃어넘기는 척을 합니다. 근데 정말로 괜찮던가요? 그게 그렇게 함께 웃고 넘어가져요? 하루 종일 그 상황이 생각하면서 아.. 그때 이렇게 받아쳤어야 하는 건데.. 하면서 혼자 시뮬레이션 돌리고 있진 않나요? 


 그렇습니다.. 대부분 우리는 표현하지 않으면 마음이 풀리지 않아요. 그런 것들은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서 앞으로 그 사람을 볼 때 왠지 불편해지고, 똑같은 상황이 생겼을 때 더 큰 화가 누적되죠. 그리고 그 날은 저녁까지 다짐합니다. 다음에 또 그러면 이렇게 반박해 줘야지. 이렇게 나도 비꼬아 줄 거야. 라고 말이죠. 그렇게 상대방은 모르게 나 혼자서 적개심만 키우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내 컨디션이 정말 안 좋을 때 그 사람이 똑같이 건드리면 지금까지 많이 참아왔다는 것을 핑계 삼아 모아 왔던 화를 터뜨리며 버럭 한 경험 없나요? "너는 저번에도 그렇고 계속해서 나한테 왜 이렇게 하는 거야!!"라면서 지금까지 서운했던 것들을 끌어 모아서요. 그런데요.. 정말로 그건 상대방의 잘못만 있을까요? 그냥 상대방이 무심해서, 내가 기분 나쁜 걸 알아채지 못해서 이 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아닙니다.. 거긴 내 잘못도 있어요. 나는 계속 참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나는 괜찮다면서 이 정도는 내가 받아들여 줄 수 있다고 상대방한테  '표현' 했잖아요. 그래서 상대방은 '아.. 얘는 이 정도까지는 받아들여 주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친근함의 표시로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었을까요? 


 우리가 처음 접하는 물건을 다룰 때, 사용법을 모르고 막 사용하면 사고가 날 수 있어요. 가스레인지를 처음 사용해 보는 아이는 가스가 틀어진 채로 불만 꺼지면.. 가스레인지가 꺼진 것이라 생각하겠죠. 가스는 계속 새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때 필요한 게 가스경보기예요. 더 가스가 새어 나와서 위험해지지 않게 가스가 새기 시작한 순간부터 '넌 지금 그걸 잘못 사용하고 있어.'라고 경고해 주는 거죠. 


 사람 사이 관계도 똑같습니다. 저 사람은 나에 대해서 몰라요. 내가 어떤 말에 상처 받는지, 어떤 말에 기뻐하는지, 위로를 받는지.. 사실 그런 자세한 것 까지는 별로 관심도 없을겁니다. 입장 바꿔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볼 때도 똑같잖아요?  그런데 나는 그걸 꼭 말로 해줘야 아는 것이냐고 따로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맞아요. 말로 해줘야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말에 상처 받는지, 어떤 말에 기뻐하는지, 위로를 받는지 나에대한 정보를 줘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 들을 첫 만남부터 구구절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관계 안에서 어떤 사건들이 있을 때 더 늦기 전에 그때 그 때 나에 대해 알려주는 게 필요합니다. 내가 괜찮은 척, 쿨한 척 넘기면, 상대방은 그것이 진짜 나라고 생각해 버려요. 그리고 그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가 생각하는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한테 해주었던 거죠. 


 그렇게 평소랑 똑같이 했는데, 사전 경고도 없이 갑자기 '나는 지금까지 많이 참았으니까!!'라며 핵폭탄을 던지는 건너무하잖아요. 상대방도 억울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더 큰일 나기 전에 울리는 가스경보기처럼 우리에 대해 알려 주어야 합니다. '넌 지금 나를 잘못 사용하고 있어.'라고 말이죠. 이걸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건 '버럭형'에서 했던 얘기와 같아요. 어떤 면에서 보면 관계 맺기에 버럭형보다는 소심형이 조금 더 유리할 수 있어요. 일단 그 상황에서 버럭 해 버리면 되돌리기 힘들지만, 소심형들은 일단 한 번 참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왜 굳이 이렇게 나에 대해 알려줘야 할까요?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다음 영상 '완결'에서 이야기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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