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새로운 시작, 변함없던 나.

In 2018

by 글너머

별 일이 다 일어났던 2017년.

첫 외국 생활, 첫 남자친구 이 외에도 등등 여러 기억들.

2017년 겨울은 혹독했지만 으레 새해를 맞이하는 모두가 그러하듯, 2018년은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날거야! 2017년도 행복했지만, 2018년에는 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프림로즈 힐이라는 곳에서 새해를 여는 불꽃놀이도 보고 2018년의 시작을 힘차게 끊었다.


그리하여 들어간 곳은 bone daddies 라는 곳으로 아시아 퓨전 요리 전문점 같은 곳이었는데

지점이 엄청 많았고 컨셉들도 다양했다.

나는 Covent garden 지점에서 일하게 됐고 지금 가장 명료하게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건

내가 부단히도 노력을 했단 거다. 확신의 I 성향인 나로서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다가가는게

너무 어려웠지만 다시는 작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담배도 안 피는데

애들이 담배 피면 따라 나가서 그냥 그 옆에 앉아 대화하는 거 들어도 보고 대화도 해보고..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괜히 처량하네..


아 또, 발렌틴도 새해가 채 시작한지 얼마 안돼 Bubbledog을 그만두고 나와 같은 곳에 취직했다.

발렌틴은 사실 그 때 쯤엔 fiveguys를 돌아가고 싶어했던 것 같지만 자기 자존심 때문에라도

제 발로 걸어나온 곳을 다시 들어가는 꼴은 동료들한테 보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마침, 내가 간 곳에 사람을 찾고 있어서 발렌틴도 지원했고 우린 다시 같이 일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난 우리 사이를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다른 이유보다 우리가 연인이라는 이유로

고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우리를 평가하는게 맘에 안 들었다.

항상 우리 관계는 밝혀졌고 연인이란 걸 알게 되고 난 후에는 무조건 어떤 방식으로든

태클이 들어왔다. Bubbledog에서도 말하진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우리가 커플인걸 인지하고 있었고.


근데 내가 쓰기에는 낯부끄럽지만 Bone daddies에서 날 좋아하는 애들이 생겼는데

특히 1명이 노골적으로 나에게 다가왔고 당연히.. 발렌틴은 그걸 참을 수 없어 했다.

더 이상 발렌틴을 상처 줄 순 없었고 에둘러 에둘러 거절하는 것도 힘에 부쳐서 우리 관계를

밝혔는데 그때부터 또!

우연의 일치인가? 매니저가 갑자기 날 새로 생기는 victoria station 쪽의 지점으로 옮겨버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매니저가 지나가며 했던 말이

'커플은 같이 일하면 좋지 않아.' 라고 했던 걸로 미루어 봤을 때 의도가 없지 않을 수 있겠다고 짐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2018년. 새해가 밝고 마음가짐도 새로이 하자고 마음먹은 이 시점,

다시 투덜댈수는 없었다. 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고 내 새로운 태도에 보답이라도 해주듯이

그 지점에서의 친구들은 다 착했다. 착하다기보다 friendly 했다.

하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일이 너무 재미 없고 싫었다. 몇번을 Call-sick(병가) 을 낼 이유를

궁리하며 일을 다녔다.


그때는 이 일이 별로고 매니저도 별로고 이유없이 다 나를 싫어하는 것 같고

심지어 이렇게 워킹홀리데이에 관한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오고 있었는데

지금 글을 쓰며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보니 파이브가이즈를 그만뒀을 때부터 이 bone daddies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다양한 시련들과 나에 관한 남들의 평가가 일방적이지 않았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기분 나쁜 순간들이 있더라도 잠깐 그 순간을 넘기고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일에 임했더라면?

맨날 우울해 하고 있지 않고 밝은 태도를 조금이라도 유지 했다면?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내가 가한 판단들을 이제는 거둬야 한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하게 되는게

이것 또한 오롯이 내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이었으며 이리 저리 그들과 마주하는 걸

요리조리 피한 것도 내 자신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나에게 좋은 동료, 좋은 매니저 더 나아가 좋은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나를 휘감는다.

글을 써 내려 가다 보니 어쨌든 일에 싫증 내고 불만이 많은 쪽은 다 나였네.

이런 내 마음가짐은 표정으로, 그리고 일을 대하는 태도로 다 드러났을 거고.

나도 잘한 거 하나 없다.


그때의 나는 슬프게도 날 둘러싼 모든 현실에 불만이 가득했고 밝아보이던 새해의 후광도 날

더이상 동기부여 하는데 도와 주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와 발렌틴의 관계도 그때부터 아주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