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2018
난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야 아 오늘 하루도 잘 지냈다 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내가 일하던 지점은 손님이 정말 별로 없었다. 그래서 너무 심심했고, 그렇다고 내가
편하게 노가리(?) 깔 만한 친구들도 없었고. 돈도 적게 벌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외국인들이랑은 죽어도 일하기가 싫었다.
더 이상 그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었기에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을 가야하나란 고민도 아주 많이 했다.
근데 내가 정말 영국에 워킹 홀리데이를 와서 제일 하고 싶지 않았던 것 중 하나가
한식당에서 일하는 거였다.
영국까지 와서 영어도 늘리고 경험도 넓히라고 온 이 기회를 저버리고 한국인들이 일하는
한식당에서 일을 한다고..?
죽기보다 싫었지만 난 이미 내 신념을 챙길만큼의 정신상태가 남아있지 않았다.
더 너덜너덜 해졌으면 몰라.
또 나도 더 이상 스트레스 받는다고 계속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떠돌아다닐 수 없었다.
장고(?)끝에 나는 영국에 사는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영국사랑' 이란 사이트를 들어갔다.
이 사이트는 단지 집 구할 때만 참고하던 사이트인데 내가 job을 찾으려고 여길 들어오다니
괜히 비참했다. 내가 뭔가 진 것 만 같아서.
하지만 맘을 다시 잡고 한번 슥-둘러만 보자. 굳이 일해야 된다는 건 아니니까 하던 찰나에
내가 본 것 중에 제일 시급이 센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2018년도 였는데도 시급이 11파운드면 정말 센거였고 거기다가 일을 오래 하면 할수록 인상된다니..
오 꽤나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었고 어떻게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내린 결론
'그래, 딱 1달만 빡세게 일해서 돈 확 벌고 나오자. 그 와중에 다른 job 찾아서 내 생활을
다시 안정선상으로 돌려놓는 용도로만.'
그리고 난 결국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 cv가 필요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몇 일 몇 시에 인터뷰를 하러 식당으로 와달라는 짧은 메시지를 받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딱 한달만이야 더도 덜도 말고 딱 한달만.
그도 그럴게 정말 한식당은 최후의 옵션이었는데 내가 그 최후의 옵션을 택할만큼
최악의 상황인건가 싶었다. 지금 와서 후회되는건 왜 hospitality 밖으로 나가는 시도조차
안해봤을까?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나의 성향이 100% 반영된 선택이라고 밖에 할 변명이 없다.
지금이라면 영국 도착하자마자 모든 회사에 CV돌리고 다 해봤을텐데 그때는 내가 아는 그 영역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못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심으로 나의 사회성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때라
더 이상 나랑 다른 문화권의 애들과 socialising 할 한 줌의 용기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싶다.
말 그대로 지쳐버렸고 한국 사람들과 좀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인터뷰를 보러 갔는데 난 꽤나 불량(?)한 애로 보였음직도 한게
레깅스를 신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맨 얼굴로 가게에 도착했다. 그때 아마 발렌틴이랑 운동을 하고 갔었나?
게다가 가능한 인터뷰 시각이 아주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인터뷰를, 그것도
한식당 인터뷰를 위해 굳이 신경쓰고 가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됐다. 한식당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고
그 때의 나는 한식당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내가 설정해 놓은 범위 안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아마 시급을 엄청 높게 주니까 바쁠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홀 안은 나름 한산했다. 뭐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 매니저 분들을 만났는데
매니저 분들은 부부였다. 부부라고 말 안하면 아마 남매 일수도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닮은 외모 였고
인터뷰 하는 내내 굉장히 친절하고 나긋한 말투를 사용하고 계셨지만 알게모르게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있는 듯한 느낌.
당연히 처음 보는 사람인데 선 긋냐 마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친근함을 용납하는 선을 한 발자국도 넘게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에게 그분들은 그러했다.
그치만 뭐, 어차피 1달. 속성으로 일하고 나올 거. 11파운드가 이게 웬 말이냐구.
2017년도에 파이브가이즈가 1시간당 8파운드였던 걸 생각해보면 진짜 시급이 셌던 거였고
일단은 한국 사람들이랑 일하고 싶단 것 + 재정적 난을 해결 해주기 충분한 시급
모든 조건에 충족하는 job이었다.
어물쩍 어물쩍 인터뷰를 마치고
당연히 합격이겠지- 했는데 연락이 1주일이 넘게 오지 않았다.
그 때는 정말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바닥을 치는 게 뭐야 거의 뚫고 저 끝까지 내려간 듯한 기분이었다.
와, 난 한식당에서도 인터뷰에서 까인거야? 하고.
근데 1주일이 지나고 아주 뜬금없이
그 레스토랑에서 메시지가 왔다. Trial shift를 드리고 싶은데 오실 수 있냐고.
메시지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난 안심 할 수 있게 되었고 즉답했다. 가겠다고.
한국어로 배우는거고 사람들도 한국인들일거고
뭐,.. 어렵겠어? 힘들겠어? 했던 건 나의 아주 대단하고도 굉장한 착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