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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노모가 부르는 "엄마!"

"엄마, 어딨어?"

by 호서비 글쓰기

내년은 엄마의 구순 되는 해다. 집에 나이로 올해 89살. 금요일인 17일이 생신이다. 그런데 생신을 며칠 앞두고 병원에 입원하셨다. 본가 화장실 앞에서 미끄러지면서 왼 팔목이 똑 부러졌다.


사고 일이 일요일이어서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만 하고 월요일 입원, 화요일 수술했다.


화요일 12시 20분에 수술 방에 들어갔다. 한 40분 걸릴 거라던 의사의 말과 달리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수술 방 앞에 서성거리던 다른 환자 가족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와 여동생만 남았다. 예상 시간보다 더 걸리는 것에 마음 졸이던 차에 모친이 베드에 누워 나왔다.

IE003534899_STD.jpg 엄마는 대구 모 정형외과 6층에 입원했다.


"엄마~",


엄마가 엄마를 불렀다. 처음에 우리는 우리를 찾는 소리로 여겼다.


"엄마! 저 여기 있어요" 대답했는데 엄마는 계속 "엄마"를 불렀다.


그제서야 우리가 아니라 엄마의 엄마 즉 외할머니를 찾는다는 걸 알았다. 전신 마취를 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엄마, 어딨어?" 엄마는 그렇게 엄마의 엄마를 찾았다. 90노인도 엄마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외할머니께서 살아계셨다면 지금 115세쯤 됐을 것이다.아마 외할머니께서도 둘째 딸이 그립겠지!


입원실에 들어와서도 엄마의 엄마 찾기는 계속되었다. 엄마는 이젠 엉엉 울기까지 하면서 엄마를 찾았다. 함께 입원한 다른 환자들이 "아이고, 엄마가 보고픈 모양이다"하며 한 마디 한다.



"엄마, 나야, 내 목소리 들려?" 정신 차리라고 몇 번을 깨워도 요지부동이다. 여동생과 나는 번갈아가며 엄마를 깨웠다.

IE003534900_STD.jpg 엄마는 병실에서 진통제와 항생제 주사를 달고 있다

"엄마! 어딨어?" 어릴 때 내가 뻑하면 엄마를 찾으며 부르던 소리다. 놀다 집에 와서, 학교서 돌아와서 엄마를 찾았다. 집에 엄마가 없으면 이웃 집에 찾아다니곤 했다. 엄마를 보면 그냥 그 뿐인데도 그랬다.


엄마의 엄마 찾기는 그날 오후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그날 밤.


"엄마? 수술하고 엄마를 그렇게 찾던데 기억해요? 왜! 이제 내 곁에 오라고 하시던가요?, 아직 아니라고 말하지요?"


"몰라?~ 내가 언제!" 엄마는 그렇게 시치미를 뗐다. 아니 모르는 게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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