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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동 호서비 Jul 10. 2024

안동내방가사이야기 14. 나에게 내방가사란?

내방가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내방가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세대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널리 보급해서 보전하고 전승해야 한다. “     

한 회원이 내방가사를 쓰고 있다.

안동 내방가사 전승보전회원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회원들은 젊을 때는 사느라고 바빠서 내방가사를 읽고 쓰지는 못했으나 노후에 내방가사를 접하고 보니, 내방가사야말로 여성들의 이야기라면서 내방가사는 앞으로도 보존해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임을 강력히 말하고 있다. 특히 어릴 때 ‘어매가 읽었던 거다. 이웃 아지매가 하던 거다. 안방에서 서로 글을 짓고 읽고 하던 것이 생각나더라.”라고 내방가사를 되새긴다.      

일부 회원들에게 ’ 나에게 내방가사란? ‘ 질문을 던졌다.     

전승회원들이 쓴 내방가사 두루마리 모음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선비셨다. 새벽에 일어나면 가사를 읽으라고 해서 읽은 기억이 있다. ’옥단춘가‘, ’조흥전‘, ’일중전‘ 등을 읽었다. 결혼해서 농사짓고, 시어른이 계시고 해서 가사를 하지 못했는데, 어른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농사도 그만두면서 내방가사를 다시 시작했다. 전라남도 담양에 가서 내방가사를 낭송해서 특별상을 받았고 ’ 고향동락가‘ 등으로도 상을 탔다. 내방가사는 힘들게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라 마음에 와닿는다. 공감하는 게 많다. 눈물 나고, 다른 사람의 가사를 들을 때마다 울면서 힘들었던 시집살이 등이 공감이 됐다.”

-김동필(49년생. 76세) 안동시 예안면 정산리     


“젊을 때 식당을 하느라 내방가사를 잘 몰랐다. 경창 대회를 마치고 손님들이 우리 식당에 와서 경창 책자를 두고 갔는데 이를 읽어보니 그 내용이 가슴에 와닿았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사돈지나 제문을 읽어두라고 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내방가사를 짓고 쓰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 남동생들은 대학까지 다녔으나 아버지께서 딸이라고 초등학교밖에 보내주시지 않아서 공부를 못한 한이 있다. 내방가사를 통해 글을 짓고 읽으면서 배우는 게 좋았다. 옛날의 살아온 이야기, 시집살이, 이웃 간의 정담 등을 글로 만들고 읊으면서 가슴속에 넣어뒀던 한을 풀어나가니 마음이 시원한 느낌도 들어서 좋았다. 우리는 내방가사에 대해서 조금은 알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내방가사를 전혀 몰라서 조금은 안타깝다. 젊은 사람들은 시시하고 질질 짜고 하는 내용을 듣기 싫어한다. 그래서 내방가사가 앞으로도 제대로 보전될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걱정이 많다. 하지만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다녀볼 생각이다.”

-김남교(46년생, 78세) 안동시 서후면 이개 2길     


“저는 재미있다. 가사를 쓰고 배우고 읽는 게 재밌다. 내방가사는 안동이 본거지이고 안동이 원조이다. 전에는 내방가사를 잘 몰랐다. 어릴 때 제문을 읽는다거나 안방에 여성들이 빙 둘러앉아서 가사를 쓰고 읽는다는 것을 들었지만 직접 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조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내방가사도 쉽게 익힐 수 있었고 ’어매어매, 우리 어매‘ 등으로 상도 받았다. 미래는 내방가사가 좋아지면 좋겠다. 여성들만의 독특한 가사이기에 체계적으로 수업을 해서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안동이 원조인데 젊은 여성들이 배울 수 있도록 보전과 함께 교육장이 마련됐으면 한다.”

-박순화 (52년생, 72살) 안동시 제비원로. 도산서원 문화해설사    

 

“포항에서는 어릴 때 내방가사를 알지도 보지도 못했다. 영남대 평생교육원에서 내방가사 강의를 들었고 포항 위덕대에서도 강의할 때 배웠다. 여성 문학의 원조로 여성 어르신들이 한글을 깨치고 일상생활을 가사란 작품으로 승화시켜 왔다. 이를 높이 사고 싶다. 어르신들이 서로 작품을 짓고 우수한 작품을 베끼고 돌아가면서 읽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회재 이언적의 제문을 읽고 풀이하고 외우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저도 배우면서 관심이 많아서 10편의 작품을 써서 칠순 기념으로 작은 책자를 출간할까 생각 중이다. 미래의 내방가사는 인성이 무너지고 있는 21세기에 인성 교육을 향상하는데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황순이(54년생, 70세) 포항시 북구 삼호로      


”70세에 농사일을 다 넘기고부터 내방가사를 했다. 재미있다. 읽는 것이 재미있고, 다른 사람이 지은 가사를 보고 읽고 하는 게 좋았다. ’ 어머니 일생가‘를 지어 책자에 올렸고 무대에 올라가니 기분이 좋았다. 집에서 일만 하다가 보존회에 나가니 여러 분들을 만나서 좋았다. 배울 것이 많고 들을 것도 많았다. 잘 가르쳐 주셔서 나도 상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암송이 잘 안돼서 10줄씩 저녁마다 읽고 외웠다. 잠자다 깨면 휴대폰 불빛으로 비춰가면서 외웠다. “단종비운가’를 다 외워서 발표했다.”

-구문선(46년생, 78세) 안동시 도산면 퇴계로     


“작년(2022년)부터 내방가사를 공부했다. 배우는 걸 좋아한다. 40년생 올해 84세인데 어릴 때 엄마가 쓴 내방가사를 나도 읽어보았다. 어릴 때는 엄마들이 하는 걸 보기만 했고 내가 직접 해보지는 않았다. 어매가 화전가를 지어서 읽었다. 사돈지를 쓰는 걸 원해서 어릴 때 배웠는데 시집가서 써 보았다. 남편이 일찍 작고해서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다. 그래서 젊을 때는 내방가사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에 교유가 내방가사 보전회를 소개해 주어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여럿이 같이하니까 좋다. 남이 쓴 것을 들어도 좋다. 모두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낭송으로 표현을 잘하니 듣기가 좋아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더라. 내 이야기 같고 ‘한양가’, ‘조순일전’ 같은 걸 예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여기서 읽어서 좋았다. 자주는 못 나가지만 아직 다리에 힘이 있어서 회원들을 따라다니면서 내방가사를 배우고 싶다.”

-송영(40년생, 84세) 영주시 휴천2동      


내방가사 쓰기에 몰두하고 있는 어르신들

*이 인터뷰는 한국국학진흥원 기획 '안동문화 100선'.  이호영. 『어와 벗님네들』. 안동내방가사이야기 책자에서 빠졌다.  원고량을 줄여야 하는 편집 과정 때문으로 아쉬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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