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일본 국적은 없었다.
김문수 말대로 "호적 등본"을 떼 봤다. 어디에도 일본 국적은 없었다.
언론에 보도된 김문수 장관의 말에 따라 나의 호적 등본을 떼 봤다.
내 이름과 호주인 아버지 성함,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성함을 호적 등본에서 확인했다. 본적지인 경북 구미시 주소와 번지까지도 알 수 있었다.
정부 24시를 통해 대법원 사이트에서 뗀 호적등본(현 제적부 등본)이다.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가족관계증명서가 생겼다. 하지만 정부 24를 통해 대법원 사이트에서 호적등본(현 제적 부등본)은 제공되고 있다. 할아버지는 1901년생이고 할머니는 1902년생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치하에서 사셨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와 고모 등 자녀들을 데리고 만주까지 이주하셨다가 해방된 이후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어머니께서는 "할아버지가 일제 순사와 한바탕 싸우고 난 후 가족을 데리고 고향을 떠났다"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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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의 말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즉 나의 조상이 일본인으로 표기돼 있지 않았다. 일본어로도 나와 있지 않다. 물론 전산화 이전 종이로 된 구 호적 서류에는 일본어가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분명히 아니다. 김 장관의 호적등본에도 한글로 예쁘게 나와 있을 것이다.
역사는 잘 모르지만 일제 강점기는 우리가 원했던 것은 분명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경술국치(1910년)로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겼다. 일본군 총 칼 앞에서 강제로 맺어진 조약이었다. 강도가 집에 들어와 가족을 감금하고 자기 집이라고 행세했다. 가족들은 죽을까 봐 무서워 벌벌 떨고 있어야 했다.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와 대만 등 동남아시아 일대를 총칼을 동원해 식민지화했다.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우리 국민을 비롯해 동남 아시아인을 '일본인'으로 여기지 않았다. 진짜 그들 일본 국민과 우리 조상을 '반도인', '조선인'이라고 구별했다. 지금도 '조센징'이라고 부르며 그 차별은 이어지고 있다. 그들 말대로 한 나라가 됐다면 우리 국민을 일본인으로 여기고 대우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도 우리 국민을 일본인으로 여겼을까? 에 의문이 남는다.
제국주의 당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아일랜드,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 국가들도 스페인, 미국, 일본, 영국이나 독일 등의 지배를 받았다. 그럼 그 나라도 당시 스페인, 미국, 일본, 영국이나 독일 국민이었을까?, 그리고 식민지나 정복을 당했던 나라의 국민들은 현재도 당시 자기 조상의 국적을 스페인, 미국, 일본, 영국이나 독일 국민이었다고 여기고 있을까?
식민지 국민의 국적을 제국주의 국가로 인정한 것은 식민지를 옹호했던 제국주의자 강대국만의 주장이었다. 올림픽 출전과 군대 동원 등 필요할 때만 제국주의 국민으로 여겼고 그렇지 않으면 수탈의 대상이나 피정복민에 불과했다.
김문수 장관은 또 한덕수 총리가 "일제 강점기 우리 국적은 당연히 한국 국적"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외교적으로 1965년 한일 회담에서 '일본이 대한민국을 식민지로 병합한 것은 무효다'라는 일본 지배 무효화를 합의한 것에 기초로 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1965년에 한일 회담에서 일본의 식민지 병합이 무효로 합의했음을 그는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일제 강점기 때 우리 조상의 국적이 일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무효화된 역사적인 사실이 있는데도 우리 조상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 김 장관에게 묻고 싶다. 그는 식민지 병합을 아직도 유효화하고 싶단 말인가?
식민지 병합은 분명 총칼로 강제로 맺어졌다. 어느 나라, 어느 국민이 자신의 나라와 국권을 남의 나라에 자발적으로 넘기겠는가? 힘이 없고 매국노의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가 있었을 뿐이다. 그 피해는 결국 우리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군대 동원, 강제 징용, 위안부 징발, 곡식과 물자 수탈 등 말로 다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우리 조상들은 몇몇 나쁜 위정자 때문에 수많은 고초를 당했고 국권을 되찾기 위해 많고 많은 독립투사들이 목숨을 바쳐 일본과 싸웠다.
김문수 장관 등 일제 강점기 때 우리 국적이 일본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호적을 떼 봐라" 란 김 씨의 말대로 호적을 한번 떼보기를 바란다. 한글로 잘 정리된 호적등본(현 제적부등본)을 발급받아 자기 아들, 딸에게 보여줘라! 우리 조상의 국적이 '일본'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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