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생 2막 '안동 왔니껴 투어' 해설사

"저 안동 사람 맞니껴?"

by 호서비 글쓰기

안녕하십니까? 37년째 안동에 살면서 인생 2막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안동 전통시장 '왔니껴 투어' 해설사입니다. 반갑습니다."

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동 전통시장 '왔니껴 투어' 해설사를 하고 있다. 서울 등지에서 안동을 찾은 관광 버스에 올라 관광객들에게 첫 인사를 이렇게 건넨다.

"조금 전 37년째 안동에서 살고 있다고 했는데 그럼 저 안동 사람 맞니껴? (~껴는 안동 사투리다.)"
"예, 37년 살았으면 안동 사람 맞습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렇게 맞장구를 친다.
"아임니더, 본래 안동 사람들은 저를 보고 안동 사람 아이라고 하니더. 3대가 안동을 살아야 안동 사람이라고 인정한다며 아직 멀었다고 하니더. (~니더도 안동 사투리다)"

IE003424705_STD.jpg 서안동 나들목 입구서안동 나들목 입구에서 관광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안동을 여행하자면 새벽에 집을 나서서 관광 버스 출발지에 와야 한다. 그리고 3시간 가깝도록 버스를 타야지 겨우 고속도로 나들목에 도착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버스 안에서 자다깨다 안동에 도착하니 피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스개를 곁들여서 나를 소개한다.


안동 전통시장 '왔니껴 투어'는 2023년부터 시작됐다. 지역 전통 시장을 살리고 경제 활성화와 함께 안동의 전통 문화 관광지와 유적지를 안내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해설사들은 관광버스에 동행해서 전통 시장인 구시장과 신시장을 관광객에게 시장을 설명하고 특산물을 판촉한다. (강제성은 1도 없다.) 그리고 덤으로 하회마을, 봉정사, 월영교, 만휴정, 예끼마을 등 안동의 주요 문화 유적지와 관광지를 안내한다.


"왔니껴"는 안동 사투리다. "오셨습니까?, 어서오세요?"란 인사말로 제주도의 "혼저옵서예"와 같은 의미다. 일정을 보면 이렇다.

IE003424706_STD.jpg 안동 월영교 정자에서 관광객들에게 월영교와 원이 엄마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먼저 서울 등지 여행사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서안동에 도착하면 잘 훈련된 '안동 왔니껴?' 투어 해설사가 서안동 나들목에서 버스에 올라 관광객과 함께 문화 유적지를 찾는다. 대부분 오전에 안동 월영교를 방문한다. '월영교에서 왔니껴' 해설사의 유창한 설명으로 월영교의 유래, 특히 원이 엄마 이야기를 듣는다. '원이 엄마'는 1586년 작성된 한글 편지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녀가 삼았다는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의 사연도 이야기한다. 원이 엄마 이야기는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알려져 영화나 뮤지컬, 만화, 소설 등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다.


월영교에 이어 낙강 물길공원을 찾아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의 '수련'을 닮은 비밀의 정원을 감상하면 오전 일정이 끝난다. 그럼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밥을 먹어야 한다. 이때 해설사는 관광객들을 모시고 안동 구시장이나 신시장을 찾는다. 구시장은 유명한 안동 찜닭이 있고 신시장에는 안동 간고등어가 았다. 해설사는 관광객들과 함께 시장을 샅샅이 둘러보고 채소와 과일, 안동 소주와 고기 등 구매할 수 있는 특산품을 소개하고 가게를 안내한다. 그리고 2시간의 자유시간 동안 관광객들은 맛있는 점심과 함께 특산품을 구매한다.

IE003424707_STD.jpg 안동 신시장에서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점심 식사 후 관광객들은 예끼 마을과 선성 수상길, 만휴정, 도산서원, 봉정사 등 정해진 일정을 소화한다. 오전과 오후 일정이 바뀔 수는 있지만 이 모든 과정을 안동 왔니껴 해설사가 동행한다. 그런데 이 투어가 모두 무료이다. 게다가 관광객들에게 1인당 '안동사랑상품권 1만 원' 짜리도 제공한다. 또 관광버스 1대에 20명(우등버스)~25명(일반버스)이 넘으면 버스 임차료 35만 원도 제공한다. 많은 관광객이 와서 지역 경제를 살려달라는 취지로 안동시에서 마련한 돈이다.


'안동 왔니껴' 투어늬 2025년 일정이 이번 3월부터 시작된다. 아마도 11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월 벚꽃과 여름 휴가철,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이 열리는 9월 하순과 가을 관광철에 많은 관광객이 안동을 찾을 것이다. 특히 서울, 대구, 부산 등지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당일치기로 안동을 찾는 관광객들은 '왔니껴 투어'를 신청하면 해설사 동행과 함께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IE003424708_STD.jpg 안동 만휴정에서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왔니껴 투어의 해설사는 현재 60여 명이 함께한다. 상당수가 필자와 같은 은퇴자로 구성돼 있고 안동을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은퇴자에게 좋은 일거리가 되고 지역 경제 살리기에 한몫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설사들의 자부심이 높다. 또 관광객들도 안동의 전통과 문화, 관광 유적지를 현장에서 직접 지역인에게 다양한 해설을 들을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안동은 한국전통문화의 수도'라고 말한다. 그만큼 옛 전통이 살아있고 문화 유적지도 많다. 많은 사람이 학교에서 안동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퇴계 이황 선생, 서애 류성룡 선생 등에 대해서 배웠다. 하지만 실제 안동을 알고 안동을 찾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유네스코 세계유산(하회마을), 기록유산(유교책판), 무형문화유산(하회별신굿탈놀이)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 그리고 마음에 담아둘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대도시처럼 신나게 놀 수 있는 위락거리가 있지 않지만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할 정신과 머릿속에 담아둘 문화유적지, 무엇보다 배울 거리가 많다. 안동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런 유산을 널리 알리고 싶다.


안동에서는 '왔니껴 투어'와 함께 하회마을, 도산서원, 봉정사 누구나 알만한 관광지에 문화관광해설사가 일 년 내내 배치돼 있다. 예약만 하면 누구든지 무료로 해설과 함께 관광 안내를 받을 수 있다. 2025년에도 안동을 찾는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더 많았으면 좋겠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철은 관광의 시작이다. 해설사들이 정신없이 바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게 닥치지 않았다고 위안 삼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