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후 배추 전과 소맥이 차려진 축제

하루의 끝은 뜨끈한 물속에 풀어간다.

by 요리연구가예서쌤

긴장 속의 하루를 보내고 내 몸에게 주는 보상의 선물을 사우나다. 퇴근길 노을이 지는 하늘을 올려본다.

편안한 기분이 들며 사우나 물을 열고 들어선다. 따뜻한 수증기 속에 몸도 마음도 천천히 녹아내린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뜨거운 탕 속에서 들어간다. 긴장된 뻣뻣한 한 몸이 스르르 물속에 녹아들어 물과 하나가 되는듯한다. 발끝부터 퍼지는 온기가 나를 감싼다. 뜨거운 탕 속에서 발목을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며 '하나, 둘, 셋 하고 세기 시작하면 어느새 100번 200번을 나만의 발목운동을 한다. 발목이 움직일 적마다, 피로가 물결처럼 밀려 나간다. 찬물로 훅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 등골이 오싹하고, 묘하게 짜릿하다. 그렇게 상쾌한 기운이 온몸에 퍼진다. 다시 온탕으로 돌아와 물속에 빠져 들어, 몸을 녹이며 '오늘 저녁은 뭘 먹지'?


현관문을 열자 은은한 허브향이 나를 먼저 반긴다. 향긋한 향이 보존하는 집안에 들어서면, 옷을 훌훌 벗고 냉장고 문을 연다. 허연 배추가 눈 안에 들어온다. "오늘 나 어때?"라고 속삭이는 듯 반짝인다. '좋아 오늘은 배추가 주인공이다' 라며 배추를 꺼내든다. 배춧잎을 한가닥씩 떼어 물에 씻어 채에 바쳐둔다. 배춧잎 줄기 흰 부분은 칼등으로 살살 두드린다. 튀김가루를 넣고 물을 넣어 반죽은 성급하게 섞으면 금세 투정을 부려 몽우리가 생긴다. 천천히 저어야 손끝에서 또르르 떨어질 정도의 알맞은 점도가 나온다. 반죽이 부드럽게 떨어져야, 전은 더 바삭하고 맛있게 익는다.


양념장은 진간장, 식초를 1:1로 섞고 청양고추, 양파를 송송 썰어 넣어야 매콤함을 살짝 더한다. 이 양념장이 오늘의 배추 전을 더 맛있게 완성시킨다. 달궈진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옷을 입은 배추 전을 조심스럽게 올린다. 지글지글.. 펜은 기다렸다는 듯 반가운 소리를 낸다. 소리마저 위로가 되는 저녁이다. 바삭하게 익어가는 배춘정이 팬 위에서 리들을 타듯이 꿈틀댄다. 익어가는 냄새가 온 집안에 고소하고 행복하게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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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잔에 소주 한잔을 붓고 맥주를 세배쯤 부어 젓가락으로 살짝 툭 두르린다. 하얀 거품이 일어나고, 첫 모금을 넘기자마자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듯하다! 아~~ 이 맛이야, 찌릿한 느낌, 공중에 붕 떠있는 듯한 느낌, 노릇하게 구워진 배추 전을 길게 찢어 고추와 양파를 건져 전위에 올리고 돌돌 말아 한입에 쏙~~ 바삭한 튀김옷, 아삭한 배춧잎, 매콤한 고추와 양파가 입안에서 어우러져 멋진 향연 벌인다. 나도 모르게 '와아~~ 너무 맛있다'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입속에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춤을 추고, 그 맛에 취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잔을 따른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예서야, 오늘도 참 잘살았어, 내 안에 내가 웃으며 대답한다. '그래, 오늘도 너무 좋았어 맞지, 당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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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건 외로움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이기에 더 오롯이 누릴 시 있는 순간들이 있다.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린 나만의 밥상,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브루투스를 통해 흘러나온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 흘러나오자 난 거실 한 복판을 잔을 들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춘다. 나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손님이 되어주었다. 배추 전과 소맥, 그리고 나를 위한 노래, 이보다 완벽한 혼밥이 또 있을까?


혼밥을 즐기시나요? 나만의 식탁에서 기억 남는 음식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따뜻한 혼밥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혼밥 #배추전 #소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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