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나태한 글쓰기 습관 들이기

by 김조금

원래도 일기를 열심히 쓰는 타입은 아니었다. 기록하는 습관이 없었다. 그나마 할 줄 아는 건 흘러가는 감정에 대한 감상 정도다. 중학교 때 안 사실은 난 산문에 재능이 없다는 것과 운문은 나쁘지 않게 쓴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체가 없는 추상뿐이라 쓴 나도 쓴 날의 상황이 어땠는지 기억을 못 했다. 온몸으로 우울하다는 걸 느끼는 나를 하늘, 땅, 구름, 별 등에 비유해 주절거리는 정도였다.


한 때 이슈가 되었던 연예인 남주혁이 한 예능에 나와 발언한 ‘조명, 온도, 습도’라는 말이 있다. 상황에 맞지 않게 감상적이어서 소위 말하는 웃참 할만한 소재였다. 나도 그 밈을 자주 사용한 사람이지만, 그 말은 지금을 포함해 청소년기를 담당한 내 감상이었다. 나뭇가지들끼리 흔들려서 내는 소리가 좋았고 그렇게 만든 바람을 느끼는 게 내 일상이었다. 새벽으로 넘어갈 때 물기 가득한 공기를 좋아하고 은은하게 비쳐주는 조명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하여튼 그런 감상들을 늘어놓는 게 내 글이었다. 지금 보면 터무니없는 얘기들 뿐이다. 하지만 그 투박한 글솜씨로라도 말해야 살 것 같았다.


사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글 적는 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비유적 표현만이 아닌 솔직한 내 기분과 신체적 반응을 적는 거다. 생각이 나는 대로 무작정 썼다. 어릴 땐 그런 솔직한 풀이가 문학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내가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었다.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이제는 나태하게 어쩌다 한 번 적어둔 감성 쓰레기통이라 부르는 글들을 보면, 그날의 상황과 기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려는 습관을 들이는 중이다.


또한 남에게 이 감정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습관도 들이기 시작했다. 말을 하더라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도로 상황 설명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그러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난 은근 수다쟁이다. 혼잣말로 쭉 메모장에 생각을 적으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글을 적기보다 노트북 타이핑으로 치는 게 편했다. 내 생각은 끊이질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지 않은 감정까지 끊이지 않는다. 왜 생각을 멈추면 끊기는 사람이 있다 하지 않는가? 난 정반대다. 여기서 내 mbti 한 글자를 유추할 수 있을 거다.


말하고 싶어하는 욕구와 말을 줄이는 들이려는 생각이 충돌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뱉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도 꽤 자주 있다. 티 내지 않고 숨기는 걸 학습하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잊게 되었다(이 이유가 전부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있다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야지라고 생각한 이유도 이 글을 적으면서 잊었다. 나는 잘 까먹는 사람이다. 뭐였지?


시작은 간결하게 적으려 했으나 수다쟁이인 김 모 씨는 바로 실패했다. 뭐 나쁘지 않다. 나는 맞춤법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고 글솜씨가 좋은 편도 아니며 후회할 만한 글을 적을 사람이다. 그럼에도 어리석게 글을 적으려는 건 나라는 사람을 남기고 싶다. 평소에 느끼는 걸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실제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생각들을 익명성을 빌려 혼잣말을 해보려 한다. 익명을 앞세우지만 어느 곳보다 솔직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남기게 될 거다. 미래에 후회할 나를 기대하며 시작해볼까 한다. 아자아자화이자 ~


+ 다음에는 대학에 와서 좋았던 점을 적어봐야지. 안 적어두면 잊는다. 첫째로는 지도교수님을 만나 글 쓰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한 것. 이제 진짜 끝.

+ 지금은 새벽 4시 35분을 지나고 있고 연어를 시켜먹을까 말까 고민 중이다. 끝내주는 회를 먹고 싶다. 가을에 전어를 못 먹어서 아쉽다.


2022.12.1.


재작년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어 적어뒀던 글을 시작으로 글을 열심히 적을 것 같았지만 24년도가 된 지금까지 무언가 써내려가지 않았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