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집중 잘해, 침대에서는

by 김조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adhd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지만 또 아니다. 침대에서는 끝내주는 집중력을 자랑한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 기준) 관심사들과 어떻게 보면 영양가 없는 행동들을 좋아한다.

깊게 파는 걸 잘 못한다. 그게 취미 영역 중 하나인 덕질에도 해당된다. 다양한 걸 찍먹 한다. 돈이 다방면으로 나간다는 소리다. 관심이 가는 부분들이 테크, 인테리어, 다이어리 꾸미기 등 귀여운 것들은 다 좋아한다. 지금까지는 막상 시도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무언가를 사부작대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건 너무 많고 시간은 제한적이고. 하루가 48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하루 수면 시간이 어떻게 되려나?


최근 더 활성화된 숏폼 노출에 약하다. 알고리즘이 야 이거 봐봐 하면 응응하면서 가만히 앉아서 본다. 참 순종적이다. 숏폼의 노예라는 말이 맞다. 내 손은 습관적으로 sns들을 켜고 시간을 죽이는데 할애하고 내가 장기이자 특기라고 자랑할 수 있다. 참 자랑이다.


언젠가 말한 적 있을 거다. 내가 어릴 적 피아노 연습을 하려면 제일 잘하는 건 의자에 등을 대고 뒤로 젖히는 것이라고. 머리에 피가 쏠려도 상관없다는 듯이. 연습이 너무 하기 싫으면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손만 올리고 기초 연습을 했던 기억도 있다. 지금이라고 나아졌나? 절대 아니다.

아무래도 내 집중력은 누움과 동시에 생성이 되나 보다. 누워서 하는 모든 것들은 다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왜 영화관 의자들이 점점 젖혀지겠나.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내가 무언가에 하나 꽂히면 그걸 엄청 찾아본다. 거의 대부분이 물건이다. 최근에는 칠 줄도 모르는 베이스가 너무 갖고 싶어서 엄청 알아봤다. 내 지갑은 돈이 남아날 날이 있을 수 없다. 입문용 베이스만 해도 최소 30만 원 정도 하니 남아있는 할부들을 생각하면 절대 지금 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베이스를 참으면? 꼭 다른 곳에서 소비를 못 참는다. 최근 소품샵에서 다이어리 용품 포함 두 번에 걸쳐 30만 원 정도 결제했다. 어휴. 참 모순적인 사람이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만 이 돈이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얘기가 샜다. 하여튼 내 할 일이 눈앞에 있어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멈추기 힘들다. 내가 지금 그걸 알아보고 싶다면 엄청 서칭 한다. 지금 당장 나가도 제시간에 맞출까 싶은데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고데기로 엄청 머리를 만진다. 단순한 트레이닝 바지더라도 옷 조합이 별로면 또다시 옷방으로 들어간다. 더 심했을 때는 나가야 하는데 나가기 싫어서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다가 더 늦으면 X 된다 싶을 때 움직인다. 당연히 늦는다.

내가 원하는 상황에서만 집중을 잘한다는 거다. 매우 선택적이다. 어쩔 때는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는 겪어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눈앞에 놓이면, 내가 원했더라도 하기 싫어한다. 분명 글쓰기도 어제 미리 써둬야 적어도 한 번의 퇴고는 거치는데 이번에는 회사에서 그냥 쓴다. 월루 중인 갑오징어 아르바이트생의 짬뽕탕인 글이다.

그나마 찾은 방책은 이거다. 피아노 연습할 때는 노래가 들어가지 않은 유튜브 긴 컨텐츠. 개인적으로 [핑계고]를 추천한다. 한 시간 동안 사람의 말소리만 들으면서 라디오처럼 듣는다. 짜여있지 않아 보이고 수다 같은 내용이 이어지니 듣는 귀도 덜 부담스럽다. 라디오는 구성이 있고 노래도 나오기 때문에 은근히 적합하지 않다.


약을 먹지 않으면 몸을 가만히 두는 게, 다리를 떤다던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던가, 힘든 편이기에 약을 먹는 습관도 중요하다. 집중력을 높이는 약과 우울감을 줄여주는 약, 이번에는 소비 습관 포함해서 충동성을 줄이는 약까지 추가되었다. 저녁 약을 챙겨 먹기란 힘들다.

헬스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새로 배정된 트레이너 선생님이 커피 성분이 이뇨작용 때문에 수분을 많이 빼앗기 때문에 줄이는 게 좋다고 했다. 커피는... 집중력 포함해서 현대인의 필수품이기 때문에 이건 하루에 한두 잔은 모른 척할 거다.


연예인 태연의 그래도 해야지, 뭐 어떡해. 이런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 새로운 타투로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 세로로 줄지어둔 걸 예약해뒀다. 그래도, 뭐 어떡해… 해야지.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하기 싫을 때마다 이 타투를 보면서 한숨 한 번 쉬고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밍기적거리다의 표준어가... 뭉그적거리다라는 거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신기하다 ~ 컨텐츠도 한글로 콘텐츠랍니다. 뜬금없는데 이번 글쓰기에 참여하신 여러분을 밖에서도 다같이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쓰기로는 이런 면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장이 열리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글쓰기 35기_4주차]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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