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은

by 김조금

역시 독자들은 눈썰미가 좋다. 사실 나는 쓸데없는 걸 정말 사랑한다. 특히 수집하는 행위를 좋아한다. 아빠가 너 나이에 뭐 이런 걸 좋아하냐 하지만 늘 말하는 건 이건 돈 있는 어른이 살 수 있는 거야. 내 어릴 적 꿈은 정말 많았다. 독후감 요약을 못 하는 어린이는 세상 모든 장면이 중요했고 그만큼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


21년도에 이런 글을 썼다.


감자 짜글이 먹으면서 “아 내가 만들었지만 잘 만들었다” 하면서 자화자찬했다. 농담조로 역시 나는 길을 잘못 선택했다고 했더니 엄마는 지금도 늦진 않았다고 했다. 웃으면서 그 길은 너무 어렵다고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엄마의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예전에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으니까. 내가 뭘 해도 괜찮다는 묵묵한 응원은 나를 울게 만든다. 난 초등학교 때 살던 아파트 앞에서 두부를 팔던 분의 두부를 좋아했다. 그래서 난 어렸을 때 두부 장사를 하고 싶어 했다. 셈을 하기도 힘든 많은 장래희망 중 하나였다. 그때도 엄만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때 썼던 글에 담긴 것처럼 엄마는 나의 선택을 언제나 나무라지 않았다. 휴학할 때 1년을 놀아도, 졸업하고 1년을 놀아도 혼내지 않았고 더 늦기 전에 결정할 때가 되면 말을 얹는 정도. 아 물론 몰래 타투 늘렸을 때는 혼났다. 그때는 더 늘리면 카드를 끊어버리겠다 했다. 이제는 안 쓰니 새로운 타투 예약을 했다. 당분간은 집에서 긴팔 생활이다. 들켜도 좀 아물고 들켜야지.


어릴 적 장래희망은 정말 많았다. 살던 아파트 앞 길에서 파시던 노란 박스에 담겨있는 손두부를 좋아했다. 괜히 요구르트 사장님이 지나가시면 너무 반가웠고 작은 요구르트 30개와 윌을 꼭 샀다. 빨대를 뭉텅이로 받아 가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다 되고 싶었던 거다. 초등학교 앞 토마토 편의점을 좋아했고 문구점에서 달고나 사 먹으면서 그 모든 사장님이 되고 싶었다. N잡러 시대에 열심히만 살면 이상한 일은 아니게 되었지만.

그러던 내가 늘 언제나 어디로 튈지 몰라 무던해지려고 노력했다. 다양한 걸 좋아하는 나는 굳이라는 말을 달고 살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우려 했다. 결국 나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잊었다. 정작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다니면서도 무얼 하는지 인지하지도 못했다. 지난주에 적은 덕질 말고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알고 보니 내가 병적으로 기억력이 좋지 않은 거였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등교 시간을 잊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음악을 관둘까 고민했다. 아니 관두려 했다. 당연하다. 쌓아둔 게 없다. 취미생보다 못 한 실력으로 학교를 다녔다. 실력에 비해 학교를 잘 간 케이스다. 졸업을 하고 나서도 전공생이라고 말하기 싫었다. 말하는 순간이 너무 부끄럽다.

어릴 적부터 집중력이 없으니 필수적으로 필요한 인내력은 지금까지도 기르지 못했다. 당연히 무언가를 이끌어갈 만한 능력이 없다. 단순한 연습도 못한다. 꼭 해야 하는 것을 앞에 둔 순간 도망가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아진다. 그리고 도망간다. 문제는 도망만 다니기엔 나는 자랐다는 거다.

하고 싶다고 외치기만 하는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주변에는 잘난 사람이 너무 많고 어린 나이에 돈 잘 버는 친구도 있다. 그 사람들의 성공이 부러웠다.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노력하고 성과를 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 나는 평범한 노력을 시기하고 질투를 먹는다. 좋은 자양분이 되어 자라면 좋겠지만 살만 찌는 콩나물인 거다.


최근 들어서야 나돌아 다니는 머리끄댕이를 잡고 소위 말하는 갓생을 살아보려고 챌린지를 시작했다. 7시에 일어나려고 다짐했지만 7시 반, 8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도 나를 자책하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게 노력이다. 이제야 시작했는데 지치기도 한다. 어떠한 행위를 습관으로 만들기까지 2달이 걸린다고 하니 아직 한 달 정도 남았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계속해야지.

나는 그리 말주변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조리 있게 못 했다. 늘 내 머릿속은 시장터였다. 정신없어 보이지만 나름대로 돌아가긴 한다. 내 입장은 많은데 문장을 내뱉기엔 늘 힘들었고 타이핑으로 메신저를 통해 말하면 또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물론 지금도 엥, 헐, 대박, 미쳤다, 도랐다, 에잉~! 이딴 말만 달고 산다.

그랬던 내가 벌써 다섯 개의 글을 쓰게 되었다. 읽을 때마다 멋대로인 글에 부끄럽기도 하다. 그 습작들이 모여 나도 언젠가 번듯한 글을 적어보고 싶기도 하다. 아침마다 짧은 일기도 핸드폰 앱에 적는다. 단순히 접근성이 좋아서. 일기도 손으로 적는 게 습관이 될 때까지 핸드폰으로 적어본다. 모든 게 습관화가 중요하다. 글쓰기도 내 생활에 스며들 때까지.


현재 나의 장래희망? 직업이 아니다. 정확히는 나의 꿈. 음악도 관둘지라도 뭘 해보고 나서야 관두고 싶은 거다. 노력이 재능인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 재능이 없으니 배로 노력해야 한다. 노력을 위한 노력이라니. 그냥 노력을 안 하고 포기하면 편할 텐데. 피터팬으로 살고 싶다. 웬디는 현실로 돌아가야지. 오늘도 분홍색 코끼리 인형을 나로 삼아 토닥여준다. 언젠가 이 깊게 박혀있는 썩은 뿌리를 솎아낼 수 있길 바라면서.

글을 쓰다 보면 상기시키지 않으려는 우울감이 자연스럽게 퐁퐁 솟아오른다. 나 나름 밝게 잘 다니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나를 우중충한 사람으로 보지 않길 바란다. 모두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길.


[글쓰기 35기_5주차]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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