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르는강물처럼 Nov 22. 2023

좀 작작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눈 덮인 산에서 병석에 누운 어머니가 한겨울에 딸기가 먹고 싶다고 하니 아들은 눈 덮인 산에서 딸기를 찾아다닙니다. 딸기는 여름식물인데 엄동설한에 어디서 구할 수 있겠습니까. 지성감천. 효성에 감복한 신령님은 효자의 손에 딸기를 쥐어주십니다. 전래동화 속의 이런 아들을 효자라고 불렀습니다. 요즘에는 혼기를 놓치지 않고 제 알아서 시집 장가 척척 가주는 자식이 효자효녀라고 합니다. 결혼을 하고서 바로 아기가 들어서면 이보다 더 큰 효도는 없다고 합니다.


결혼 적령기가 해가 갈수록 늦취지는 이유는 많습니다. 인생 백세시대이니 결혼도 늦게 하는 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취업이 안되면 가정을 꾸릴 경제적 여력이 안되니 결혼보다는 취업이 우선이라는 말도 맞습니다. 결혼을 하면 살 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전셋집 구하기도 어려워서 결혼을 뒤로 미룬다는 말도 맞습니다. 가정보다도 자녀보다도 나 자신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시대사조도 한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 하니 YOLO족이 나타나고, 결혼하더라도 Double Income No Kids(맞벌이에 자녀는 없이)의 가정생활이 여유롭고 자녀로 인한 고민거리가 없을 터이니 DINK족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하던 용어이고 그렇게 살면 반쪽 삶 밖에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니 이제는 많이 들어서인지 무덤덤해졌습니다. 전래동화식으로 판단하면 온 세상에 불효자식이 철철 넘쳐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출산율이 해마다 격감하고 있습니다. 양육비, 교육비가 천정부지라 남처럼 자녀 키우기가 너무 버겁습니다. 낳았다 해도 어렵사리 키운 자녀가 성인이 되어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부모로서는 심히 걱정이 됩니다. 다행히 취업하고 결혼까지 했다 쳐도 아이를 낳으면 이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어떤 사회일까.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고 비혼(非婚)이 늘어나는 근본적 이유는 취업의 어려움입니다. 모든 게 돈으로 해결되는 자본주의 세상이다 보니 취업 장벽이 결혼도 출산도 미루거나 아예 외면해 버리게 하는 것이지요.


도로에서 교통경찰관을 보는 때는 인사사고 났을 때와 신호등이 고장 났을 때뿐입니다. 과거에 출퇴근 시간에 거리에 많이 나와 계시던 경찰관을 이제는 보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과속단속 카메라가 대신합니다. 주유소 주유직원 자리에는 셀프주유기가 대신 취업을 해버렸습니다. 대형식당에는 음식을 나르는 로봇들이 식당 안을 오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드론이 항공촬영, 택배, 전투 공격용 항공기를 대신하면서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실업률이 낮아진다는 생각은 이제는 오류일 듯합니다. 버려야 할 생각이 되어버렸습니다. 호황과 불황을 거듭하는 경기 주기보다 인력을 대신하는 기계들의 발전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인구 절벽'을 말하는 현실에서 저출산의 위기를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곳은 유치원-초등학교입니다. 아~ 그전에 육아 제품 회사들이 있네요. 기저귀 젖병 장난감 등 제조사들입니다. 지난해 2022년에 538만 명이었던 학령인구(6~17세)가 현추세대로라면 2040년에는 268만 명으로까지 반토막이 나서 무려 50.3%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지금도 면단위 지역을 지나다 보면 초등학교 운동장이었던 곳에는 풀이 우거져 있고 한켠에는 고추나 나락을 건조하는 멍석이 깔려있는 걸 봅니다. 대학은 단풍 드는 역순으로 무너진다는 말도 합니다. IN서울에 목숨 거는 시대에서 눈이 번쩍하게 하는 교육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단풍 드는 역순'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보다 적중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군인이었던 80년대 초반에 경기도 강원도 전방지역에는 눈에 보이는 사람은 푸른 제복 입은 군인이 거의 다였습니다. 간혹 군인가족들과 상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가끔씩 눈에 띄는 민간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2022년에 18만 6000명이었던 입대 병력이 2040년 10만 1000명으로 43.5%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통폐합을 말하는 지금이지만 앞으로는 군부대 통폐합을 말하는 시기가 곧 올지도 모릅니다.


인구감소는 전 세계가 겪는 일입니다. 서양 유럽지역은 중세기 때 엄청난 규모의 교회건물뿐 아니라 중소형의 교회건물도 많이 설립되었습니다. 돌과 벽돌로 지어지던 건축방식을 썼으니까 건물의 나이도 수백 년 심지어는 수천년된 교회도 있다지 않습니까. 이제는 인구 감소로 교인들의 수도 감소하여 문 닫는 교회들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교회는 실내 천장이 높으니 서커스공연단 연습장으로 매각되는 곳도 있고, 심지어는 '신령하면서도 불경한 곳'이라는 이름을 가진, 교회건물이었던 나이트클럽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의 인구감소는 아닙니다.




언론[言論]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문, 잡지, 방송 등을 통하여 뉴스나 사실을 알리거나 의견과 논의를 전개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

제1의 목적은 알리는 것이고 제2의 목적은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입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정보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니까요. 건강도 알아야 챙길 수 있고, 투자도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허사입니다. 날씨를 알아야 그날 활동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고, 맛집이라는 식당도 정보가 있어야 찾아가서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잉정보 속에서 혼란스럽습니다. 옛날에는 일반대중에게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단순하고 폭력적인 검열방법을 사용했었습니다. 권력에 항거하는 언론과 서적 심지어는 예술까지도 검열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보의 범람'식의 검열로, 정보를 제공하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풍요 속에 빈곤한 정보' 시대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악성루머에 가짜뉴스까지 판을 칩니다.  


넘치는 정보 때문에 생긴 게 우르르~~ 풍조입니다. 건강에 좋다는 식품이 전파를 타면 사나흘이 지나면 물건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품귀합니다. 개체수가 많아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목이 되면 그 종이 건강에 좋다는 소문을 내면 몇 년 내에 씨가 마를 거라는 우스개도 있습니다. 요즘은 맨발 걷기 열풍시대입니다. 걷기 열풍에 한 발 더 나아간 진일보한 건강운동입니다. 효과가 있다는 쪽도 있고 되레 건강이 악화됐다는 쪽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서 꾸준히 운동하는 게 최선일 것입니다. 우르르~~ 하지 말고요.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출산율 저하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합니다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낙하물의 속도로 수직낙하하는 인구절벽현상을 보이는 것은 각종 언론매체에서 너무 많이 떠들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출산율 세계 최저, 노인인구 비율 급증, 지금 출생하는 소수의 신생아들이 몇 배 더 많은 노인인구를 부양해야 한다 등의 자극적인 말로 너무 겁을 준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출산율 저하도 우르르~~ 풍조에 편승한 것은 아닐까요. 똑같은 말을 여러 군데서 반복해서 듣게 되면 아닌 것도 믿게 된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 고사가 생각이 납니다.


방송사마다 출산율, 실업률, 노인부양에 관한 얘기 안 하는 데 없습니다. 신문 잡지 마찬가지구요. 유튜버들도 한 몫합니다. 말 안 해도 다 알고 있으니 불안하게 하지 마세요. 무서워서 어디 시집 장가가겠습니까. 겁이 나서 어디 애 낳겠습니까요.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제발 작작 좀 하시라구요.

작가의 이전글 자유란 무엇인가? -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