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홀 전략: 장기적 비전과 인내
골프를 하다 보면 아주 긴 파 5홀을 만납니다. 어떤 골프장에서 파6 홀을 본 적도 있습니다. 드라이버치고, 우드 치고, 우드 한번 더 치고, 웨지 쳐서 4번 만에 올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기억에 거의 700미터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파 5홀 같은 파 4홀도 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냥 걸어가도 짧은 거리는 아니지요.
이렇게 긴 홀에서는 어떻게 단계별로 치고 나갈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끝까지 악착같은 지구력도 요구됩니다. 어떤 리더가 이런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차근차근 단계별로 목적을 달성했을까요.
샘 올트먼(Sam Altman - OpenAI CEO)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이제 이 사람을 모르면 외계인인 거죠.
2010년대 중반, 딥러닝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는 회의론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올트먼은 "모델의 크기를 키우고 데이터를 무한히 주입하면 지능은 반드시 폭발한다"는 규모의 법칙, 즉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s)을 믿었습니다.
사실, ChatGPT가 터지기 전까지 OpenAI는 수년간 뚜렷한 상용 모델 없이 돈만 쓰는 '돈 먹는 하마' 취급을 받았습니다. 적자가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외부의 비판에 흔들리지 않고 수조 원대의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며 인내했습니다.
그는 본질을 유지하는데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유행에 따라 메타버스나 블록체인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언어 모델의 거대화'라는 한 우물만 10년 가까이 팠습니다. 이것이 그가 보여준 첫 번째 지구력입니다.
OpenAI는 원래 '비영리 연구소'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거대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전기료, 칩 비용)은 기부금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비난을 감수하고 2019년 '이익 제한 법인(Capped-profit)'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이는 "돈은 벌되,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은 인류를 위해 비영리 재단으로 환수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또한, 빌 게이츠와 사티아 나델라를 설득해 10조 원이 넘는 투자를 이끌어낸 과정은 단순한 협상이 아니라, 거대 기업의 인프라를 자신의 비전 속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이때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2019년, OpenAI는 모델 학습을 위해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MS는 구글에 밀려 클라우드(Azure) 시장에서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올트먼은 MS에 단순히 투자를 요청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너희의 클라우드 서비스(Azure)만 사용하겠다. 대신 너희는 우리에게 독점적인 인프라와 자금을 지원해라"라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 결과, MS는 OpenAI의 기술을 독점적으로 활용할 권리를 얻었지만, 역설적으로 OpenAI의 인프라 노예가 되었습니다. OpenAI가 망하면 MS의 미래 전략도 무너지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이 '상호 인질' 전략은 바로 다음에 나오는, 2023년 해고 사태 때 MS가 샘 올트먼의 복귀를 위해 발 벗고 나서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세상 참 요지경입니다.
2023년 11월, OpenAI 이사회는 샘 올트먼을 전격 해고했습니다. "안전보다 개발 속도를 너무 중시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리더로서 가장 치명적인 명예 실추와 권력 상실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놀라운 지구력과 정치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해고된 직후 그는 좌절하는 대신 즉시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던 직원들과 소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체 직원의 95%가 "샘이 돌아오지 않으면 사표를 쓰겠다"라고 일어섰습니다. 아마, 이 해프닝을 뉴스에서 보신 기억이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5일 만에 이사회를 재편하며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그의 비전은 이제 소프트웨어를 넘어 인프라로 향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가장 큰 병목 현상인 '칩 부족'과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전례 없는 행보를 보입니다.
전 세계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을 모아 반도체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대담함을 넘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는 전 세계를 돌며 투자자를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AI는 전기를 먹는 괴물입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에 거액을 투자하며 10년 뒤의 전력 문제까지 미리 대비하고 있습니다.
샘 울트만의 다음 비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의 ChatGPT는 화면 속의 텍스트로만 존재합니다. 올트먼의 다음 단계는 AI가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고 노동하는 것입니다. 로봇 공학과의 결합을 통한 '인간의 노동에서의 해방'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OpenAI는 최근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Figure AI)'에 투자하며 인간형 로봇(Humanoid)에 들어갈 두뇌를 계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 애플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와 함께 'AI 전용 하드웨어(개인용 기기)'를 개발하여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디바이스 시대를 열려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기대반 걱정반인 것은 저만 그런가요?
어떤 일에서든 지구력은 무척 중요하고, 최종 비전을 위하여 단계별 계획을 짜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공부합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국샷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