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하며...
골프가 정말 웃기는 것이 마지막홀인 18번 홀에 오면 그때서야 몸이 풀리는 기분이 듭니다. 공 좀 맞으려니까 마지막 홀. 항상 그렇습니다. 마지막 홀에서는 제 경우는 정말 공을 마음껏 치려고 풀스윙합니다. 이제 집에 가야 하니까, 남은 에너지를 다 쓰려는 그런 느낌으로요. 잘 맞으면 멀리 가고, 잘못 맞으면 죽을 수 있지만, 항상 그렇게 합니다. 후회 없이 풀스윙. 그래도 아쉬움은 늘 남습니다.
오늘 마지막 리더는 이 시대의 어른이라고 불리는 분의 이야기입니다.
경상남도 진주의 ‘살아있는 보살’이라 불리는 김장하 선생(전 남성당한약방 원장)의 삶과 리더십은 현대 사회가 갈망하는 ‘진정한 어른’의 표상입니다. 그는 평생을 일구어온 막대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면서도, 그 공을 내세우지 않는 ‘무주상보 시(無住相布施)’의 정신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김장하 선생님은 헌신적 이타주의자의 교과서 같은 분입니다. "돈은 똥과 같아서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흩뿌리면 거름이 된다"김장하 선생의 리더십의 근간은 철저한 나눔에 있습니다. 그는 한약방을 운영하며 얻은 수익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쓰지 않았습니다.
1983년 사재를 털어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했으나, 학교가 궤도에 오르자 1991년 국가에 아무런 조건 없이 헌납했습니다. 당시 가치로 100억 원이 넘는 자산이었지만, 그는 "개인의 소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지켰습니다.
선생님은 또한, 성적이 우수한 학생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학생들에게 수천 명 규모의 장학금을 지급했습니다.
전형적인 리더들이 '내가 도와줬으니 나중에 보답하라'는 유무형의 압박을 가하는 것과 달리, 김장하 선생은 완벽한 자유를 선물했습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에게 한 번도 한약방에 찾아와 인사하라고 요구하거나,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갚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회에 나가서 받은 만큼 돌려주면 된다"는 말로 학생들에게 심리적 부채감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리더가 구성원을 믿고 지지할 때, 구성원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리더십의 정수입니다.
김장하 선생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수많은 기부와 사회 활동을 하면서도 언론 인터뷰를 거절하고,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피했습니다. 지역 사회의 수많은 단체(여성운동, 환경운동, 예술단체 등)를 후원하면서도 결코 상석에 앉지 않았습니다.
낡은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출퇴근하며 검소한 삶을 유지했습니다. 리더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할 때 그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진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의 리더십은 단지 교육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진주 지역의 문화, 예술, 역사, 인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형평운동(백정의 인권운동) 기념사업회를 지원하고,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는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을 밝히는 데 앞장섰습니다. 리더 한 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묵묵히 '돈줄' 역할을 자처하며 민주적인 시민사회의 토양을 닦았습니다.
김장하 선생의 리더십은 '권위 없는 권위'입니다.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오히려 사회적 존경을 얻었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의 삶은 "리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진 것을 나누어 타인을 성장시키고, 그 공을 돌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가장 고귀한 답변을 제시합니다. 그가 뿌린 '거름'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름다운 꽃과 열매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AI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 시대에 김장하 선생님 같은 어른들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분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정말 이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런 일을 하실 수 있었을까? 아깝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저의 얕은 마음으로는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함께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8홀 동안 함께 해 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항상 매일 여러분들의 굿샷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