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2 - 잃어버린 감정은 왜 예술이 되는가

삶은 하나의 우화였다.

by 권동균


깊은 감정을 맛 본 자들은 결국 예술로 빠질 수 밖에 없다.

한 번 우리를 스쳐 지나간 감정은 결코 되돌아 오지 않는다.

그러나 강렬했던 그 순간은 우리의 마음을 그 시절에 묶어두는 밧줄이 된다.

그렇기에, 깊은 감정을 맛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것을 예술로써 남기곤 했다.

마치 그것이 그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마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지식의 저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사랑하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 받을 때

그녀의 헌신적인 자세, 상냥한 말들, 사랑의 기쁨.

그녀와 대화할 땐 마치 마음의 정원에서 뛰노는 것 같았다.

거기에서 나는 꽃을 구경하고, 배가 고프면 과일을 따먹으며, 더울 땐 시냇물에 발을 담구곤 하였다.

나는 종교로써 혼돈의 문을 닫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와 그러한 삶이 영원히 이어진다는 지고의 행복 속에 살고 있었다.


지나간 날들은 오지 않고,

내 삶이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은 견고하지 않다.

인간은 생로병사에 고통받으며, 감정은 마치 싸늘한 겨울바람과도 같다.

유토피아에서 쫓겨난 나는

불쌍한 거지처럼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척을 자주 하곤 한다.

물론 내가 손에 든 것은 담배가 아니다.

그것은 시원한 향이 감돌며, 뇌를 활성화 시키는 향초이다.

숨이 내 폐를 가득 채우면

행복했던 그 날의 감정을 되새김질 한다.

더이상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을

끊임없이


이제 글로써, 그림으로써, 음악으로써 남기고 싶어진다.

돌이킬 수 없는 기억을 예술 속에 녹여내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불길이 내 가슴을 태우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는다.

내 시계는 아직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날에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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