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자격증 원본보다 중요한 '체득된 경험'의 힘
인생에는 당장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른 채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점을 찍듯 지나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뉴질랜드 어학연수 시절이 그랬습니다. 당시 저는 낯선 이국땅에서 테솔(TESOL)과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습니다.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였을 뿐, 사실 한국에 돌아와 중견그룹 전략기획팀에 입사하며 그 자격증들은 제 기억 속에서, 그리고 서랍 속에서 점차 잊혀졌습니다.
(입사할때는요. 진짜 평생 다닐 좋은 회사라고 생각했거든요. 회사에 입사만 하면 내 인생은 탄탄대로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격변해요.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바쁜 직장 생활과 본가가 이사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그 자격증들의 원본을 분실했다는 사실조차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당시의 저에게 그 종이들은 ‘회사 생활에 전혀 필요 없는 과거의 유물’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 그냥 본가 어딘가에 있을 줄 알았는데 본가가 이사를 2번 하면서 누구도 챙기지 않아 사라진지 오래였더라구요. 알아보니 원본은 재발급은 안되고 성적증명서는 받을 수 있답니다.) 하지만 인생은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회사를 관두고 인생의 막막한 갈림길에 섰을 때,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화려한 엑셀 수식이나 기획서가 아니라 바로 그 ‘잊혔던 자격증’들이었습니다.
증명서 원본은 사라졌을지언정, 뉴질랜드 강의실에서 배웠던 ‘테솔 교수법’과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배웠던 ‘바리스타의 감각’은 제 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그 경험을 무기 삼아 퇴사 후 프리랜서 영어 강사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고, 이는 제가 교육 사업가로 거듭나는 결정적인 징검다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분실의 시간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진짜 실력은 서랍 속 증명서가 아니라 내 몸이 기억하는 감각이라는 것을요.
“Experience becomes Value (경험이 가치가 된다)”
에토스의 이 모토는 저의 실패와 성공이 뒤섞인 삶의 궤적에서 탄생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지금 배우는 이 드론 조종이, 이 코딩 한 줄이 당장 내일 어디에 쓰일지 몰라도 괜찮다”라고요.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 인생의 점들은 나중에 어떻게든 연결됩니다. 경제학적 사고력, 전략기획팀의 신중함, 글로벌 교육 경험,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었던 바리스타의 도전 정신이 합쳐져 지금의 ‘에토스 미래교육 연구소’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자격증이라는 종이 한 장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기술을 익히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낸 ‘학습의 태도’입니다. 에토스는 아이들에게 완성된 결과물을 증명하라고 다그치지 않습니다. 대신 어떤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무기를 찾아낼 수 있는 ‘융합적 사고력’을 심어주는 데 집중합니다.
서랍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자격증 원본이었을 뿐, 제 몸에 새겨진 글로벌 감각과 배움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점을 찍으며 살아가든, 훗날 그 점들을 이어 자신만의 눈부신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경험의 힘’을 믿는 인재로 키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