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끄라는 아이의 말

기술 너머, 스스로 환경을 설계하는 아이들

드론 수업은 늘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의 연속입니다. 데이터로만 존재하던 시뮬레이션 속의 정갈한 비행과는 차원이 다르죠.

어느 날, 아이들이 조종하는 드론이 강당의 에어컨 바람에 맥없이 흔들렸습니다. 기체는 의도한 궤적을 벗어나 자꾸만 옆으로 밀려났고, 아이들은 조종기 스틱을 아무리 미세하게 조정해도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무심하게, 하지만 아주 단호하게 제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선생님, 에어컨 때문에 드론이 자꾸 흔들려요. 에어컨 좀 꺼주세요."

저는 그 짧은 요청 속에서 아이들이 이미 '환경과 기계 사이의 상관관계'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은 당황하거나 기체를 탓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이 목표로 하는 비행을 방해하는 외부 변수를 식별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교사에게 명확한 '환경 제어'를 요청한 것입니다.

에어컨을 끄자 강당 안의 공기는 고요해졌고, 드론은 아이들의 손끝을 따라 정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에게 '기술적 완벽함'을 가르치려 합니다. 하지만 진짜 미래 역량은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을 넘어, 내가 처한 물리적 환경을 파악하고 비행을 방해하는 변수를 스스로 통제할 줄 아는 능력에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에어컨은 단순히 시원한 바람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비행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변수'였습니다. 그 변수를 인지하고, 그것을 없애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결과(비행)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적 판단. 저는 그날 아이들이 조종기를 잡는 법보다 더 중요한, 세상을 다루는 태도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99%의 기술이 세상을 자동화하려 할 때, 우리는 아이들에게 1%의 능동적인 에토스를 심어주어야 합니다. 바람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에어컨을 끌 줄 아는 아이. 그런 아이들이 훗날 기술의 노예가 아닌, 기술을 주도하는 환경 설계자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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