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을 꿈꾸는 시체

설표

by none

눈앞의 짐승이 파들거린다.

히말라야의 신비라 칭송받던 고결한 설표의 몰골이

고작 쇠붙이 하나에 박살 나 있었다.


찢어진 살점 사이로 드러난 흰 뼈마디,

그 위로 맺힌 핏방울들.

짐승은 으르렁거릴 기운도 없는지

그저 퀭한 눈으로 맑은 밤하늘만 응시한다.


참 어이가 없다.


살겠다고,

그저 허기를 채워보겠다고 낮은 곳으로 내려온 대가가 고작 이거라니.

인간들이 쳐놓은 얄팍한 덫 하나에

평생을 산을 타던 강인한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꼴이 우습기까지 하다.


저 짐승이나 나나,

무언가를 갈구하며 발을 내디디는 순간

파멸로 향하는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내 심장도 저놈처럼 눈치 없이 뛰고 있다.


저놈의 왼발을 짓누르는 쇠사슬이

내게는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감겨 있다.

떼어내려 할수록 일상은 더 깊숙이 내 정신을 파고들고,

나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그저 침대에 눕는다.


짐승은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죽음을 기다리지만,

나는 따뜻한 이불속에서 죽지 못해 내일을 기다린다.


어느 쪽이 더 비참한 걸까.


멀리서 다가오는 손전등 불빛.

두 발로 걷는 포식자들의 웅성거림.


이제 저 짐승은 곧 '처리'될 것이다.

가죽이 벗겨지든, 좁은 우리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든,

더 이상 산을 타던 그 자유로운 괴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부럽다.


차라리 나도 저렇게 눈에 보이는 덫에라도 걸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군가 다가와 내 역겨운 숨통을 완전히 끊어준다면,

이 지겨운 식사와 배설과 소모적인 유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짐승의 눈이 서서히 풀린다.

세상은 여전히 맑고, 공기는 차갑고,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지독하게도, 지겹다.


이 글은 과거의 저 같은 AI가 써 내려갔습니다.


제 프로필의 링크에서 글의 바탕이 된 원문 일기와 창작 과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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