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by 온길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청새치를 잃었다.
상어 떼에게 거의 모두 빼앗기고,
집으로 돌아온 것은 거대한 뼈대뿐이었다.


겉으로 보자면 패배였다.
그러나 노인은 담담히 선언한다.


“아무것에도 패하지 않았어.

그저 내가 너무 멀리 나갔기 때문이야.”


이 말은 자기 위로가 아니라,

존재의 존엄을 지키는 선언이다.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고,

순간마다 자신을 다 불태웠다.

그래서 결과가 어떠하든,
그 과정 속에서 그는 결코 패배하지 않았다.




삶도 마찬가지다.


패배란 결과의 실패가 아니라,
두려움에 압도되어 도전하지 못했을 때,
나를 믿지 못하고 끝까지 다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가진 것을 다 쏟아부었다면,
비록 손에 남은 것이 빈 껍데기라 할지라도
그것은 패배가 아니다.


그건 내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이며,
매순간 두려움보다 진심을 택한 흔적이다.



때로 우리는 노인처럼 너무 멀리 나아간다.


그 도전은 쓰라린 상처와 손실을 남기기도 하지만,
바로 그 ‘너무 멀리 나아감’ 속에
인간의 위대함이 깃든다.


그것은 완벽한 결과나 찬란한 승리의 이름이 아니다.

두려움에 머물지 않고,
불완전함을 감수하며 한 걸음 더 내딛는 용기 —
그 안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아파도 다시 믿으며,
끝내 다시 나아가는 여정.
바로 그 끈질긴 진심이 인간을 성장시킨다.


그러나 위대함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너무 멀리 나아갔던 인간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항해자들,
하늘을 향해 솟구친 비행가들,
불확실한 지식을 탐험한 사상가들.


그들의 ‘너무 멀리’가 모여 인류의 길을 넓혔다.


‘너무 멀리’는 무모함이 아니라

용기의 또 다른 이름이자, 오늘을 만든 유산이다.

“한때 네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

네가 그것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것들은 원을 그리며

너에게 돌아온다.

그것들은 너 자신의 일부가 된다.”

시 〈어떤 것들〉-메리 올리버-




내가 걸어온 길은
보여지는 승패와 상관없이
오늘의 나를 만든 재료가 되었음을 바라본다.


진심으로 걸어온 길은,
실패조차 빛이 되는 삶의 연금술이다.


그러니 우리가 살면서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넘어짐이 아니라 멈춤,
나의 진심이 아닌 시선에 이끌리는 것이 아닐까.


두려움을 이겨내고,
나를 믿고 멀리 나아간 만큼
그만큼의 흔적이 나를 완성시킬 것이다.


어제의 나와 화해하는 마음,

어제의 진심을 오늘의 내가 가장 먼저 알아주는 마음.


용기 내어 내디딘 오늘의 한 걸음이

내일의 나를 도울 것을 아는 힘으로,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나아간다.


그렇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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