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멈추고 문제를 함께 바라보게 하는 말
교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 상황은
아이의 잘못이나 교사의 지시 부족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은 교사와 아이의 욕구가 충돌하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그때, 교사가 어떤 말을 먼저 건네느냐에 따라
상황은 쉽게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고,
오히려 문제를 함께 바라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욕구 충돌시 교사의 첫 마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 첫 문장으로 이 말을 자주 선택한다.
“네 마음은 알겠어.”
이 말은 단순한 공감의 표현이 아니다.
아이를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이며,
아이도, 교사도 서로를 탓하지 않고
같은 편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문장이다.
감정을 먼저 수용하면, 아이는 열린다.
쉬는 시간.
아이는 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매년 한 번쯤은 들어왔던 요구이다.
이때, 아이가 말하는 톤은 제각각이다.
어떤 아이는 조심스레,
또 어떤 아이는 부러 거칠게,
어떤 아이는 친구들을 내세워 당연한 듯 말하기도 한다.
돌아보면,
나는 아이가 말하는 태도에 휘둘리기도 했다.
거칠게 요구하는 태도 앞에서는
요구 내용보다 그 태도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근엄하게 대응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먼저 이렇게 말해본다.
“네 마음은 알겠어.”
이 말만으로도 아이는
‘내 마음이 이해받고 있구나’ 하는 감각을 느낀다.
그 순간 방어가 풀리고,
대화의 문이 열린다.
교사의 기준과 걱정을 솔직하게 말하기
아이의 감정을 수용했다고 해서
제안을 다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의 마음을 인정해준 뒤,
교사가 걱정하는 지점을 솔직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한 가지가 조금 걱정돼.”
쉬는 시간이 끝나면 바로 수업이 시작되는데 칠판이 정리되지 않으면
→ 수업 시작을 못해서 다른 친구들이 기다려야하고,
→ 결국 아이를 혼내야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그래서 이렇게 덧붙인다.
“선생님은 수업 시작 전에 칠판만 깨끗하면 좋겠어.
그럼 뭐든 괜찮아.“
이 말을 듣는 순간,
아이는 ‘금지당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교사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마음을 느낀다.
문제를 함께 해결할 여유가 생긴다.
마지막은 “함께 해결하기”
이제 자연스럽게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림은 쉬는 시간에 마음껏 그려도 되는데,
수업 시작 전까지 깨끗이 지우려면 언제 지우기 시작해야할까?“
또는,
“그림 코너를 칠판 왼쪽 끝으로 정해두면 어떨까?
그러면 지우는 데 시간이 덜 걸릴 거야.”
제안하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둔다.
아이의 몫으로 두고 믿어준다.
종종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기준만 다시 짚어주면 금세 정리된다.
아이는 스스로 참여한 약속이기에
더 잘 지키려 애쓴다.
규칙이 지시가 아니라
자존과 책임감이 자라는 경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교사의 언어는 아이의 마음에 닿는다.
“네 마음은 알겠어.”
이 말은
아이를 멈추게 하는 말이 아니다.
아이와 교사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말이다.
갈등을 멈추고,
문제를 함께 보게 하는 말.
그리고 그 작은 문장이
아이의 마음 한 편에
온기 담은 길을 낸다.
나는 그 길 위에서
아이에게 방향을 밝혀주는 사람.
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