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한옥집이 정말 좋았다. 다만 오래된 집이라 관리를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다.
마루에 있으면 천장에서 '두두' 하면서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층간 소음의 주인공은 쥐. 위에 뭐가 있는지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이쪽으로 우르르, 잠시 후 저쪽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소리가 났다. TV를 보다가 방해가 되는 것 말고는 불편한 줄을 몰랐다.
엄마 아빠는 가끔 끈끈이를 사 와서 부엌에 놓았다. 끈끈이 안에 과자 부스러기 같은 쥐 먹이를 두고 유인해 잡는 거였다. 혹시 쥐가 잡혔을까 봐, 그걸 우리가 볼까 봐 매우 조심스러워하셨다.
"잠깐, 잠깐. 주방에 끈끈이 있어."
우리가 물을 마시러 부엌에 들어가려 하면 엄마가 얼른 우리를 막아서고 먼저 부엌에 들어가 보셨다. 그 덕분에 실제 쥐를 본 적은 별로 없다. 다만 동생은 마당에서 쥐 새끼를 만진 적이 있다.
"아빠, 이거 봐요."
어미 쥐가 새끼를 물고 이동하다 마당에 떨어뜨린 모양이다. 동생은 쥐 꼬리를 잡고 휘휘 돌리며 아빠에게 갔다.
"야, 인마!"
먼발치에 있던 아빠가 고함을 치며 사색이 되어 튀어 오셨다. 동생은 그날 눈물 쏙 빠지게 혼났다.
여름철이면 불청객이 추가됐다. 바로 파리. 쥐는 소리만 들리고 거의 보지 못했는데 파리는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존재였다. 틈만 나면 몰려드는 파리 때문에 밥도 파리를 쫓으면서, TV도 파리를 쫓으면서, 잠도 파리를 쫓으면서 이루어졌다. 낮이건 밤이건 마찬가지였다.
"한 마리에 10원."
엄마가 파리를 잡으면 돈을 준다고 제안했다.
앗싸! 세 자매는 열심히 파리채를 휘둘렸다. 점점 솜씨가 좋아져서 벽에 앉는 것뿐 아니라 천장에 앉은 것까지 까치발에 점프를 해가며 잡았다. 운이 좋으면 공중에 날아가는 파리를 치기도 하고 한 번에 두 마리를 잡기도 했다. 잡은 파리는 한 군데 모았다가 한 마리씩 셌다. 파리 잡기에 진심을 다하면 하루에 30마리까지 잡는 날도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 많이 잡았다는 것도, 그만큼 파리가 많았다는 것도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는 엄마가 올 때를 기다렸다가 잡은 파리를 보여줬다. 그러면 엄마는 전축 위에 올려둔 동전 지갑에서 10원 단위는 반올림해서 값을 쳐줬다. 하지만 나중에는 파리를 모아둔 것이 지저분해 보여 마리 수를 세서 바로 버리고 엄마에게는 개수만 말했다. 그렇게 해도 엄마의 지갑이 열어주었다. 하지만 거짓말은 안 했다. 마음만 먹으면 한 주에 돈 천 원도 넘게 벌 수 있는 일인 만큼 불로소득이 있는지 자매간에 철저히 검사했으니까.
"언제 잡았는데? 엄마, 쟤 안 잡았어."
노동에 참여한 이 입장에서도 이런 억울한 말을 듣지 않으려고 누구에게라도 잡은 파리를 검사 맡았다. 무슨 일이든 두세 증인은 있어야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는 법. 그 시절에 터득한 삶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