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의 작살미모
(고양이 사진은 글 최하단에 있음)
나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운다. 그중 한 마리의 이름은 무무다. 무무는 아름답다. 무무의 눈은 초록빛 올리브가 영롱해져 있는 모양같기도 하고, 청포도알 같기도 하다. 트위터의 친구는 무무가 사람으로 따지자면 아이돌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속눈썹같이 눈꼬리가 살짝 새치름하게 삐져 나와 있는 모습이, 삼색고양이면 으레 암컷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 아이의 성별을 느끼게끔 한다. 무무는, 아니 고양이라는 존재는 나의 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꽤 많은 의구심을 부르는 듯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버지는 개, 고양이 정도의 흔한 반려동물만이 일반 가정에서 사람과 교감이 가능한 동물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머리에서 앵무새라든가, 기니피그라든가, 토끼같은 친구들은 아무래도 사람과는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관념이 있었던 듯하다. 결국, 동물이랑 살아본 적도 별로 없는데다가 이런 믿음이 있는 아버지에게 고양이는 꽤 큰 기대를 가져다 준 모양이다.
고양이가 개보다 덜 살가우며, 사람 말을 들은 척도 안 한다는 것 정도는 그래도 알고 있는 아버지에게 무무와 곧 소개할 다른 친구는 둘다 착하고 영리하고, 아버지가 상상하던 도도한 고양이와는 사뭇 달랐다. 그래서 아버지는 기대를 하게 됐다. 이 친구들은 사람들과 더, 더 긴밀해지겠구나하고 말이다.
그래서 때때로 아버지는 내게 물었다. 의문과 미련이 남은 눈길로.
"이제 쟤들은 우리랑 더 안 친해지려나?"
"언제쯤 우린 무무랑 친해질까?"
"쟤들도 나이들면 애교가 늘어나냐?"
뭐 그런 말들이었다. 분명 키워보니 요 작은 것들이 애교도 생각보단 있고 사람도 알아보는 것 같은데, 이 이상으로 아버지가 기대하는 일들-사람에게 수시로 머리를 비빈다든가, 무릎에 올라와서 앉는다든가, 골골송을 자주 불러준다든가-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경상도 사나이는 도대체 저 작은 짐승들은 뭘까, 라는 의문을 품었던 거다.
아버지는 더 친해지고 싶었고, 고양이들은 내가 보기엔 지금도 충분히 우리와 친했다. 비난하려는 건 아니나, 아버지가 낚시대를 한 번이라도 흔들었다면 아마 더 친해졌을 것 같긴 하다. 아무튼 아버지의 눈에 비치는 아이들은 어떻게 다가올지 나야 알 수 없지만, 나는 무무와-귀찮아서 그냥 이름을 밝히겠다-미키가 내게 애정을 품고 있는 것을 자주 느꼈기 때문에 미련을 갖거나 아쉬워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아버지보다 월등히 아이들을 사랑해줬다고 뽐내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는 친밀감이라는 것에서 기대가 조금 더 컸을 뿐이다. 왜 아버지가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않는지는 여전히 나도 모른다. 심오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뭔가를 단정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작년 여름에 무무가 거실의 캣타워에 앉아 있었다. 그 앞에서 나는 '뽀뽀!' 라고 말하면서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키가 작아서 까치발을 섰는데, 무무는 내게 똑같이 얼굴을 가까이 대주었다. 아버지는 그걸 우연히 지나가다가 보았다. 나는 조금 뒤에,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아빠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내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무무 앞에서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무무는 아무 반응을 해주지 않았다. 아빠는 입술을 이리저리 뻗어보았지만 뭐, 그냥 보는 나만 '안 본 눈 사요' 같은 기분이 되었다. 이런 행동이 친밀감, 애정의 차이일 리는 없고 고양이는 원래 같은 행동을 좀처럼 반복 안 하니까. 어쨌거나 이러한 경상도 아저씨가 가진 미련의 구체적 예시까지 나는 꽤나 많이 목격해왔다.
아무튼, 오늘의 일을 이야기하자. 어제 나는 다이소에 갔다. 아직 사본 적 없는 낚시대가 하나 있길래 샀다. 빨간색 물고기 인형과, 깃털이 동시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아가들이 요새 심심할 것 같았다. 바로 가지고 본가에 가서 놀아주고 싶었는데, 그럴 여유가 안 나서 오늘 아침에야 갔다. 미키랑도 놀아주고 무무랑도 놀아주고. 그런데 무무가 누워서 구르면서 내가 흔들어주는 낚시대의 인형을 마구 깨물고 잡으려고 하는 귀여운 모습 옆으로 또다시 아빠는 지나갔다.
예의 '그 표정.'
'왜 나랑은...?'
'쟤가 저렇게 활발한가?'
뭔가 조금은 낯선 듯 하기도 하고, 혼동스러워하는 듯한 아빠의 얼굴. 잠시 미키랑 내가 놀아주는 동안, 아빠는 무무를 부르더라.
"무무. 무무야."
무무는 대답도 안 하고, 아빠를 쳐다도 안 봤다(그냥 평소에도 그런 친구다). 결국 아빠는 또 어딘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다가, 곧 나랑 다시 놀면서 침대에서 이리저리 낚시대 끝에 달린 물고기 인형을 끌어안기도 하고 머리를 먼저 바닥에 대는 앞구르기를 하고 뒷발을 깡깡 허공에 걷어차는 무무를 관찰하다가 이내 다음과 같은 얼굴로 바뀌었다.
'예쁘긴 정말 예쁘단 말이야.'
그 아름다움으로 아빠는 매번 느끼고야 마는 의문을 얼추 납득하고 넘어가는 모양이었다. 아빠의 표정에는 일종의 감탄과 크게 누그러진 부드러움이 섞여 있었다.
만약 대사가 있었다면 이런 대사가 아닐까.
'귀여우니 됐다...'
그래서 첫 고양이 관찰록의 제목은 무무의 작살미모다. 그리고 아빠는 아니나다를까, 당신도 그 장난감으로 애들과 놀아주겠다고 나서는 대신 서재로 가서 템테이션(고양이 간식) 봉지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무무, 맛있는 거 줄까?"
그리고 나는 또 간식을 왜 주냐고 아버지를 말렸다. 아이들과 놀아준 나는 낚시대를 장난감 통에 두고 나의 집으로 돌아갔고, 이렇게 관찰록의 첫 시작을 연다. 다른 트친이 고양이들에 대한 일기를 자유롭게 써보면 좋지 않겠느냐는 좋은 의견을 주어서 덕분에 시작한다. 고마워요 G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