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관찰록 <2>

우유가 먹고 싶어요

by 에버데이

※사람이 먹는 우유 및 유제품은 고양이에게 소화불량, 설사를 유발하고 치명적인 탈수 증세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급여하지 마세요.


(고양이 사진은 글 최하단에 있음)


고양이들에게도 저마다 별난 음식 취향이 있음을 알게 된 건, 직접 고양이를 키우기 전의 일이었다.

그때는 친척집에 자주 놀러가고 밥도 얻어 먹을 때였다. 그 집에 고양이가 있었다. 지금도 있을 것이다.

어느날, 달걀말이가 식탁 위에 올라오자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고 주방 조리대에서 어슬렁거리던 그 친구를 처음 봤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사람 음식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정도. 얼마 뒤에, 달걀 프라이를 부친 후라이팬의 남은 기름을 고양이가 핥으려고 시도했을 때는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마침내, 또다른 날에 빵집에서 사온 여러 종류의 빵 중 오직 카스테라에만 반응하는 고양이를 보며 확실히 깨달았다.


계란을 좋아하는구나.


카스테라에서는 달콤한 계란 냄새가 진동을 했지. 사실 그때도 저 고양이가 유독 특이한 걸까, 하고 넘어간 수준이었으나 나의 동생들(나는 내가 고양이들의 언니라고 생각한다) 두 마리와 살게 되면서 확실히 알게 됐다. 주식캔, 습식의 기호성을 뛰어넘는 고양이 각자의 독특한 식성이 있음을.


그게 사람이 먹는 식품과 연결되면, 좀 더 할 만한 이야기가 생기는 것이다.


무무는 우유를 좋아한다. 일단 데려왔을 적에는 막 건식 사료를 먹기 시작한 연령대라, 분유를 줘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무의 우유 사랑은 각별해서, 어머니는 과거 미키에게 먹이느라 샀던-미키가 첫째다-고양이용 분유가 유통기한만 안 지났어도 무무에게 급여될 수 있었을 거라고 정말 자주 아쉬워했다. 아무튼, 무무가 우유를 어쩌다 사랑하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무무는 어미 고양이가 없어지고 나머지 4마리의 형제들과 아파트 단지에 남은 유기묘였단 건 공고글 (포인핸드)을 통해 안다. 무무와 형제들을 구조하고 잘 보살핀 임보처 덕분에 모두가 어엿한 고양이가 되었지만, 쭉 탄생부터 내가 무무를 지켜본 것은 아니기에 어떤 경위로 우유에 매혹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물을 마실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고양이가 우유곽을 냉장고에서 꺼낸 다음 무심코 뒤돌아보면 그 자리에 있었다. 가끔은 어떻게 우유를 컵에 따르기도 전에 이미 알고 다른 방에서 출발해 어느새 부엌까지 도착해 있는지 모르겠어서, 불가사의할 정도다. 그나마 이 모든 것의 시작을 추측해보자면, 가족식사 시간를 제외하곤 고양이들이 자유로이 식탁에 올라오게 두는 편이라, 누군가가 우유를 마실 때 마침 식탁 위에 있었던 무무가 우유의 냄새를 감지하고 바로 사랑에 빠진 게 아닐까 하는 정도.


이렇게 우유 주변을 맴도는 아이였기에 아주 조금만, 새끼손가락 같은 걸로 한 방울도 아니고 정말 희미한

반 방울 정도를 찍어먹였던 것 같다. 정말 좋아했다. 친척집의 고양이가 계란에 보이던 그 특유의 갈망을 다시 목격했다고 보면 된다. 사람이 먹는 걸 주면 안 돼, 하고 결론을 내리고 우리는 그 뒤로 우유를 먹이지 않았다. 손끝으로 찍어먹이는 것도 금지였다. 자꾸 그러면 상호 습관이 들어버리니까. 그렇지만 이견은 없었다. 아빠도 고양이 간식을 먹일 뿐이지,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사람 음식을 맛보여 주진 않는다.

결론은 무무는 우유를 정말로 좋아한다. 유제품 전반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그 뒤로 각종 자잘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냉동고에서 슈레드 피자 치즈를 꺼내던 나는 바닥에 서너 조각을 흘렸지만 가스레인지 쪽부터 챙기다가, 갑자기 고양이가 냉장고 밑을 열정적인 마약탐지견처럼 수색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서둘러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가져와 모든 것을 제거해야만 했다. 떠먹는 요거트의 뚜껑은 깨끗이 사람이 혀로 닦아놓지 않으면 위험했다. 어느날은 또 베이킹을 하다가 잠시 버터를 식탁에 두었는데, 무무가 와서 표면을 핥았다. 나는 나의 경솔함을 반성했다. 우리가 먹다남긴 냉동 피자 접시 역시 요주의 대상이었다.


아무튼, 고양이를 키우면 사람이 부지런해진다. 특히 노는 것이 주 관심사인 미키라면 모를까, 무무는 배가 고프면 뭐든 시도해볼 탐험적인 열정이 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우유를 달라고 떼를 쓰며 조르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들고 있는 머그컵 근처에서 통 시선을 떼지 못하는 무무를 보면 가끔은 안쓰러웠다. 인간이라면 마음껏 많이 마시게 해주었을 텐데 말이다.


이쯤 되어서 한 번 더-!

사람이 먹는 우유 및 유제품은 고양이에게 소화불량, 설사를 유발하고 치명적인 탈수 증세도 일으킬 수 있다. 절대 급여하지 말자.


그리고 별로 또다시 연속하여 글에 등장을 시키고 싶진 않았지만,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주는 건에 관해서는 세심함이 남다른 나의 아버지는 드디어 주문하고야 만다. <펫 밀크> 라는 것을. 어떤 브랜드였는지도 모르고 광고할 생각도 없다. 동물용 분유 외에의 반려동물이 먹을 수 있는 우유가 있다는 사실을 난 알지도 못했거늘, 아빠는 혼자 용의주도하게 찾아내서 그걸 또 택배로 시켰다. 그것까진 뭐 좋았다. 그런데 아빠는 첫 주문부터 한 박스나 시켰다. 아빠도 무무가 우유를 애타게 보는 모습이 마음에 쓰였던 것 같다.


나도 꽤나 신기해하면서 펫 밀크를 열었는데, 일단 내가 아는 우유는 아니었다. 흰색이 아니었고, 살구색이랄까 밀크티 색깔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무무에게 기대하라며 (무무는 뭔지는 몰라도 사람이 신나하며 밥그릇을 건드리고 있으니 덩달아 표정이 밝아졌다) 의기양양하게 펫 밀크를 소량 부어서 내밀었다.


먹긴 먹었다. 근데 진짜 맛본 것에 가까웠다. 찹찹찹, 하는 순간도 없었다.

찹....찹. ..............찹. 그리고 끝.

그 일련의 과정은 미지근하고 애매한 반응으로 이뤄져 있었고, 무무는 더 먹고 싶어하지 않았다.


사람의 존엄성 때문에 직접 맛보진 않았지만, 아무튼 무무가 원한 그 맛은 아니었다. 미키도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펫 밀크 한 박스는 우리 집의 서늘한 베란다에 잘 보관되다가, 아마 당근인지 뭔지의 나눔 대상이 되어 우리 집과 작별했다.


여담으로 미키로 말할 것 같으면, 미키는 사람 음식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뭐든 냄새를 맡아보고

가차없이 땅에 파묻는 시늉을 하는 쪽이랄까. 미키도 내가 '밥? 아직 먹을 때 아니잖아?' 하고 사료 급여요청을 거부하자, 한참 나를 보다가 갑자기 내가 흘린 크루아상 부스러기를 핥아먹긴 했다. 생전 안 먹으면서. 정말 배가 고프셨군요, 죄송합니다. 나는 얼른 밥을 줬다.


이야기의 끝은 본문 내용과 잘 어울리는 무무의 귀여운 얼굴 사진과, 의젓한 사진입니다. 원래 귀여운 얼굴 사진만 올리려고 했는데, 저번에 고양이 뒤통수만 올려놓았는데 또 엽사만 올리기는 좀 그래서.

정말~~~맛있겠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
무무는 아름다워요



작가의 이전글고양이 관찰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