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관찰록 <4>

권력과 서열 <1>

by 에버데이

원래 <3>에 쓰려고 했던 고양이들 간의 서열 이야기를 해야겠다. 미키, 5살. 무무, 3살. 나이부터 그렇고 내 눈에는 그냥 꼬마들이다. 하지만 고양이들이라서 이들 간에는 서열이 존재한다. 여기에 굳이 '엄연한 서열' 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딱히 그 서열이란 게 강력하고 뚜렷한 개념인지는 모르겠어서다. 그러니까, 서열이

'얼추' 존재한다.


우리는 무무를 데려올 적, 다묘 가정이 주의해야 할 사항을 모조리 지켰다. 성공적 합사 요령을 따르는 게 그 시작이었다. 작은 삼색 아기 고양이는 아빠의 서재에서 생활했고, 미키는 킁킁거리며 방문 너머에서 탐색을 시도했다. 문 너머에서는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양말을 두 마리의 머리에 번갈아 문질러서, 각각을 교환해서 상대 고양이에게 배송했다. 서로의 냄새에 익숙해지기 위한 과정이었다. 닫힌 문 너머의 미지의 존재만 예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양이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서재에서 나온 인간들은 미키를 숭배했다.


수일이 경과하고는 다이소에서 네트망을 샀다. 그리고 드디어 면회를 시켜주었다. 네트 너머로 서로를 보라고 시각적인 만남을 제공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잘 안 된 것 같다. 일단 겁없는 삼색 아기고양이는 다리가 아주 길었다. 서재 안에서도 창틀 위로 걸어다니고 아빠가 발을 올려놓는 네모난 소파방석에 올라갔다 뛰어내리길 반복했다. 같은 주차일 때 미키는 내 의자의 바퀴에도 못 올라와서 낑낑대는 숏다리였는데. 네트망을 앞두고, 자기 앞의 크고 새카만 고양이가 무섭지도 않은지 아기고양이는 스파이더맨처럼 기어올랐고 우리는 기겁하며 면회를 중지시키곤 했다. 그렇게 아주 짧은 면회들이 지속되고, 결국 아기 고양이는 인간들이 안 보는 사이에 네트망을 뛰어넘어 알아서 언니 고양이와의 만남을 추진했다. 뭐 그래서 최장 2주~최단 1주를 계획하던 성공적 합사는 아무튼 성공은 했는데 일주일도 채 되기 전에 끝나버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키는 아무래도 덩치가 몇 배는 크지만 무무를 두려워하는 쪽이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거 같았다 (근데 나라도 모를 것 같다). 무무는 어쨌거나 겁없이 앞발을 휘휘 휘둘렀고 미키는 움찔대며 뒤로 피하곤 했다.


스크린샷 2024-03-07 191821.png 동영상 아니고 이미지

고양이들마다 성격이 보이는데, 내가 보기엔 미키는 그저 노는 걸 좋아할 뿐 순한 성격이라면 초반의 무무는 조금 더 말괄량이였다, 성격적으로. 우리는 머지않아 무무가 미키가 노는 장난감이면 무조건 질투해서 미키랑 놀아주는 장난감이면 자기에게로 와야하는 것을 인간들에게 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종류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저쪽의 것이 탐나는 거다. 그래서 놀이가 성립하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놀아줘도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한눈팔려서. 뭐 그럼 고양이들 둘 간의 놀이는 어땠느냐? 무무는 자기 작은 몸을 이용할 줄 알았다. 미키를 툭 한 대 치고는 미키가 잡을 수 없는 냉장고와 벽 사이의 공간에 들어간다든가. 미키는 그래도 한번도 무무에게 화내지 않았다. 조금 난감해하는 것 같긴 했지만. 무무는 아마도, 생존본능에 강해서 그랬으려나 싶다. 미키가 좋아하는 캣타워 꼭대기 자리도 빼앗고 밥그릇에서 밥도 뺏어먹고 그랬다. 미키는 한번도 화내지 않았다. 하악질도 본 적이 없고, 꼬리 펑도 의외로 없었다. 둘이서 뒹굴거리며 싸우는 것도 미키가 무무를 놀아주는 수준이었다.


밥그릇에서 밥을 뺏어먹으면 미키는 그냥 무무를 핥아줬다. 아주 이뻐해줬다.


3472483063008471637.jpg 미키와 무무


그리고 무무는 뭔가 시들해졌달까, 자기가 뭘 해도 자신의 것을 뺏을 사람은 없다는 걸 그제야 이해했다.

처음 만났을 때 무무는 조금 새침하고 영리하게 촉각을 세우는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느긋한 고양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건 무무를 잘 대해준 미키 덕분이라고 정말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튼 시간도 흐르고, 무무는 성장해서 이제 작은 아기고양이라기보다 남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면 미키가 동생으로 오해받는 시점이 되고 나니...슬슬 서열관계에도 변화가 올 조짐이 보였다.


3472498755998766932.jpg 무무와 미키

<계속>

작가의 이전글고양이 관찰록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