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혼란

데자부에 관한 명상

by 작가의식탁 이효진

나는 지금 막 신문의 '과학' 섹션란을 펼쳤다.

<기억력, 그 神秘가 풀린다>라는 표제가 보인다. 그 밑에는 <기억이 만들어 지는 과장>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고, 그 왼쪽에는 <건망증과 치매>, 그리고 그 오른쪽에는 <머리 크다고 영리하지 않아>, 그리고 그 바로 밑에는 <기억의 혼란> 이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다.

<기억의 혼란>란에는 '데자부'와 '자메부'라는 매우 생소한 단어가 자신의 위치를 굳게 지키고 있다.

*데자부 - "어,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자메부- "어, 집앞이 왜 이리 낯설지?"

생소한 이 두 단어를 보고 있으려니 머리가 아파온다. 아, 혼란스럽다.

지금 내가 신문을 보고 있는 이 상황이, 신문의 여러 섹션란 중에서도 '과학' 섹션란을 보고 있는 이 상황이, 과학 섹션란의 <기억력 그 神秘가 풀린다>라는 표제밑의 여러 부분 중에서도 <기억의 혼란> 부분을 읽고 있는 이 상황이, 그리고 그 <기억의 혼란> 부분의 '데자부'와 '자메부'라는 단어를 매우 생소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바로 이 상황이,


어 . 디. 에. 선. 가. 겪. 었. 던. 일. 인 .것. 같. 다.


나는 매우 의아해하며 이 기억의 혼란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신문을 덮는다.




*데자부- 지금 행해지고 있는 일이 마치 예전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

*자메부- 매일 걷는 집앞 길이 갑자기 낯설어 지고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회사 동료가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