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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06. 2016

이벤트 받은 여자

제주에 사는 여자, 네마음을 보여줘~!

여자는 늘 로맨스를 꿈꿔요. 고등학교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에요. 10년 전 화이트데이였던 것 같아요. 아침 일찍 등교해 교실문을 연 순간... 부러움 연발! 이럴 순 없어요. 여자의 친구가 이 행복한 이벤트의 주인공이에요. 칠판 가득 각 나라말로 적어놓은 수많은 사랑 표현들!!! 교실 안은 색색이 풍선으로 장식이 됐고 교탁 위에는 커다란 사탕바구니와 편지 한 통이 있으니, 이런 게 사랑받는 여자들이구나~ 사랑하려면 이정돈 해야 하는구나를 온몸으로 느끼고 부러워하며 로맨스의 꿈을 키워 온 여자예요.

이러니 여자는 이벤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요. 꼭 무슨 무슨 날에는 뭔가를 바라요. 사탕 받는 날... 초콜릿 주는 날... 기다란 과자 주고받는 날... 이런 날은 기본이에요. 이런 날을 통해서 확인받고 싶대요. 자신을 얼만큼 사랑하는지 꼭 확인하고 싶대요.

여- 나 자기한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존재인지 확인받고 싶어...

처음엔 잘하던 남자 친구이었는데 하지만 점점 달라지고 있어요. 저 하늘에 별도 따줄 것처럼 얘기하던 남자 친구가 변해도 너무 변했어요. 시들시들~ 자꾸만 귀찮아해요. 여자들은 그래요. 한 번에 벼락치기로 와장창 안겨주는 사랑보다 늘 꾸준히 변함없이 보여주는 사랑이 좋대요.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들은 그래요. 꼭 무슨 무슨 날에만 로맨스를 바라는 게 아니에요. 여자들의 이유는 만들기 나름이에요. 어제도 그래요. 3월의 크리스마스라며 자꾸 남자 친구를 다그쳤어요.

여-아니, 이런 날이 자주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3월에 새하얀 눈이 펑펑 쏟아져 내려주는데...

사실 늘 남자 친구와 붙어지내고 싶은 게 여자들의 맘!!! 어떤 날은 비가 와서 어떤 날은 눈이 와서 계절에 맞게 의미를 실어서 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은 게 여자들의 마음이에요. 하지만 남자 친구는 그런 자신의 내면 깊은 마음은 못 들여다보고 자꾸만 불만을 쏟아내기 바빠요.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게 아니냐고 지가 아이디어맨도 아니고 왜 이런 날은 이래서~저런 날은 저래서 이유 달아가며 이벤트를 만들어야 하냐며 투덜대기 바빠요.

여-나... 연주회 때 알지? 나도 저기 전지현 프러포즈받고 싶어

여자의 피아노 연주 공연 때는 글쎄~! 여자의 남자 친구, 철가방에 장미꽃을 넣고 중국집 배달원으로 변장하고 찾아가 장미꽃을 건네는 그런 이벤트를 연출하기도 했대요. 물론 여잔 알아요. 참 힘든 일이라는 거. 남자 친구의 노력과 용기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대요.

여- 우리 자기... 최고예요.

칭찬과 뽀뽀로 남자의 이벤트에 대한 보답을 해줘요. 이처럼 여자들에게 이벤트는 중요해요. 안 챙겨주면 심하게 삐치기도 하고, 이벤트에 따라 그날 그날 남자에게 보내는 사랑의 질과 양이 달라진대요. 어쩜 이별 사유가 될 정도로 중요하대요.

오늘은 두 사람 사귄지 1000일째 되는 날!!!

여- 오늘은 무신 이벤트로 날 감동시키쟁 햄싱가 모르켜(오늘은 어떤 이벤트로 날 감동시킬까?)

역시나 기대되고 설레는 여자예요. 혹시나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남자 친구가 까먹지는 않았는지 남자 친구에게 전화해 은근히 1000일임을 흘려줘요. 저녁시간에 만나자는 남자 친구의 전화에 여자는 기대하며 준비물을 챙겨대기 바빠요. 디지털카메라는 필수!!! 블로그에 자랑질해줄 업데이트용 사진이 필요하거든요. 이 핑계 저 핑계로 수많은 이벤트를 선물 받은 여자지만 역시나 그때 그때마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에요.

집으로 돌아온 여자... 먼저 SNS에 자랑질을 해대기 시작해요. 그러면서 이곳저곳 다른이들의 SNS도 구경해요. 슬쩍 찾아간 옛 애인의 SNS!!! 아~ 이런 환장!!! 새 애인에게 한 이벤트를 버젓이 올려놓은 옛 남자 친구!!! 세상에 여자에게 해줬던 그 이벤트를 지금의 여자 친구에게 해주고 있어요. 이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여자!!! 자신과 닮은 세상 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대요.

"여자들이여... 당신이 받고 있는 눈물 쏙~ 감동 백배 이벤트... 사실은 예전에 벌써 다른 수많은 여성들에게 이미 다 써먹은 이벤트일 수 있다!!!"

물론 잠시 그 사실에 울컥 화가 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대요. 하지만 여잔 알아요. 똑같은 이벤트라 할지라도 지금의 마음은 또 다른 진심이라는 사실을!!!

여-자기야... 고마워... 사랑해...

남자들에게 있어 쑥스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벤트... 하지만 여자친굴 위해 오늘도 용기 내 준비해준 남자 친구를 위해서 여자도 계획해요. 정성 듬뿍 담긴 이벤트를 계획해봐요.

지금까지 이벤트 받은 여자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