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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06. 2016

이벤트 하는 남자

제주에 사는 남자, 네마음을 보여줘~!

참 웃기는 세상이에요. 무슨 이벤데이가 이리도 많은가 몰라요.


남-정말 할 일들 없네... 저거 저거 상술이잖아... 바빠 죽겠는데 무슨 이벤트야?


여자를 만나기 전엔 그랬어요. 사탕바구니를 두루두루 살피고 고르고 이런 일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확신했어요. 사랑고백이라는 거... 자신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라 말했던 소심한 남자예요.  하지만... 오 마이 갓!!! 남자의 마음에 불끈! 용기 내 고백하게 만든 이상형을 발견했으니, 평소 이벤트를 싫어한다~이벤트 같은 거 자신은 할 줄 모른다... 관심 없다... 못한다 했던 이 남자도 달라질 수밖에요.


남- 무슨 이벤트를 할까? 라디오 <FM모닝쇼>에 사연을 보내봐?


주변 친구들에게 묻기도 하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기도 하고 이벤트정보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기 시작해요. 아이스크림 안에 반지를 넣고 사귀자고 해봐~ 아니면 최신 유행하는 커플폰을 선물해봐~ 고민 고민해보던 남자!!! 하지만 남자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요. 반지고 커플폰이고 그런 거 하려면 몇 달은 굶고 지내야 해요. 항상 왜 이벤트는 남자만 해야 하는지... 원래 남자만 해야 한다 정해진 법도 아니고, 이벤트 하네 마네~ 항상 말만 많고 어째서 여자들은 할 생각을 안하나 몰라요.


남-종이학을 접어? 아니면...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스케치북 넘기기?


영화에서 본 건 있어가지고, 상상하는 순간엔 지가 영화 속 주연배우예요. 이 영화 저 영화 이벤트를 활용해볼 만한 영화를 찾아보기도 해보지만 답이 보이지가 않아요.


남-그래, 내 멋진 그림을 보여주자고!!!


그림을 잘 그리는 남자! 결국 자신의 장기를 이용하기로 해요. 정성 들여 그림을 그려나가는 순간이 그저 즐겁기만 해요. 행복해하는 여자의 모습을 떠올리니 급 의욕이 샘솟으며 여자와의 찐한~~~ 키스신까지 계획해봐요.  이런 건 늘 앞서 나가는 늑대 같은 남자예요.


드디어 그날이 왔어요.  남자는 신이 났어요. 이제 곧 여자가 이 앞으로 지나칠 것이고 남자는 그때 그림과 함께 "혜진아... 사랑해"라는 멘트를 날려주면 되는 거예요. 하지만 이런 된장~~~~ 나보다 한발 먼저 내가 좋아하는 그녀에게 고백하는 다른 남자가 나타났어요. 그런데 이벤트 수준이 나와는 너무나 달라요. 어디서 나타났는지 이벤트 회사를 불렀는지 색소폰 연주에 현수막에 펄럭이는 "혜진아... 사랑해" 라는 글자. 꽃다발에 풍선 다발까지 난리 난리가 났어요. 이런 게 바로 돈질하는 이벤트지 뭐겠어요. 한발 늦은 것도 억울한데 남자는 상처받고 기가 꺾일 수밖에요. 능력이 안 되는 자신이 그저 한심스럽기만 하고 이쯤에서 남자는 이벤트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요.


자꾸만 화가 나요. 생각하면 할수록 이벤트 한다고 돈질해대는 남자가 괘씸할 수가 없대요. 바가지로 욕을 퍼다 얼굴에 날려주고 싶어요.


남-각성하라! 각성하라! 네가 차인표냐? 장동건이냐? 권상우냐? 제발 돈 많이 드는 이벤트는 하지도 마라. 하지도 마라.


일부 이벤트를 좋아하는 남자들... 아니 여기까지도 괜찮아요. 지가 능력이 되면 얼마나 된다고 돈질하는 이벤쟁이들!!! 그들에게 아직도 화가 안 풀렸다 말하는 남자예요. 왜 그들은 모르는지 어째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나 몰라요. 자신의 여자 친구 기쁘게 하려고 다른 여성들에게까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여자 앞에 뿌려대는 돈질 이벤트가 결국엔 남자들 끼리의 불화마저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 제발 알아달라~~~ 쓸!!! 돈질해대는 이벤트 쟁이들이여~ 우~



실패한 이벤트 계획에 다시 소심해진 남자... 결국 남잔 여자 동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요.


남- 어떵 돈 어신 남자는 이벤트 하커라? 사랑도 해지 말랭 햄신게

(돈 없는 남자는 어디 이벤트 하겠어? 사랑하겠냐고?)


그랬더니 여자 동료가 말해요. 세상에는 돈 쓰는 이벤트만 존재하는 게 아니래요.


남-사는 거 바쁜디 꼭 그딴 거 해사 데는 거라?

(사는 게 바쁜데 그런 거 꼭 해야 해?)


그러니 더 필요한 게 이벤트래요.  삭막한 생활, 때론 이벤트가 조그마한 활력으로 다가와 더 힘을 내 일하게 만들어 준대요.


남- 꼭 뭔가 제라지게 준비해사 되는 거라?

(꼭 뭔가 스페셜 하게 준비해야 하냐고?)


허파에 바람여자가 아닌 이상 형편에 맞게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그런 이벤트에 여자들은 큰 감동을 받는대요.


남- 아니... 마음은 진심이고 사랑하는데... 꼭 고라사 되는 거라? 표현해사 되는 거라?

(아니... 마음은 진심이고 사랑하는데... 꼭 말해야 해? 표현해야 하냐고?)


여자 동료는 말해요. 표현해줬을 때 그때 사랑은 비로소 완성되는 거라고!


여자 동료의 얘길 듣고 나더니 남자는 다시 또 분주해졌어요. 마음을 담은 또 다른 이벤트를 계획해보는 남자예요.


지금까지 이벤트 하는 남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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