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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09. 2016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남자

제주에 사는 남자, 네마음을 보여줘~!

여자친구와 사귄지 2년이 지나고 나니 익숙해지면서 확실히 여자친구를  레임도 줄고 환상도 깨졌어요. 확 뭔가 새로운 활력이 필요해요~ 바로 이때!!! 남자에게 찾아온 반가운 소식! 친구의 결혼식이래요~ 피로연장에서의 즐거운 시간이 은근히 기다려지는 남자예요. 결혼식을 마치고 피로연은 저녁 6시 30분부터 시작이래요.  피로연 장소로 향하기 전, 남자는 우선 부신랑에게 전화부터 하기 시작해요.


남-몇 명이나 나왔냐?


측은 15명! 신측은 아직 6명밖에 나오지 않은 상황이래요. 아뿔싸~그렇다면 경쟁률은 3:1. 가느냐? 마느냐? 기로에 빠진 남자!!! 하지만 더 올 것이라는 부신랑의 말에 남자는 방긋 웃으며 피로연 장소로 향해요. 일단 반지와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살짝 바꾸는 남자. 이날만큼은 즐겁게~ 솔로인척~~~ 즐기고 싶다 말하는 남자예요.


남-다들 알암지이? 오늘은 나 여자친구 어신 남자라.  곧지 마라..

(다들 알지? 오늘은 나 솔로다... 얘기하지 마~~~)


친구들 입단속부터 시키고 자리에 앉아요.

웃고 떠들고 즐거운 분위기! 하지만 이런 된장~~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재를 뿌리는 친구들!!! 그렇게 입단속을 시켰건만 남자의 친구들이 큰소리로 말해요. 넌 여자 친구도 있지 않냐고~ 제수씨 잘 있느냐며 좋던 분위기를 와장창 깨뜨리는 거예요~


남-야... 내가 여자친구 있으면 여기 왔겠어?


친구들의 말에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남자거든요. 당장 건배 제의로 화제를 바꾸기 시작해요.  좌우 맞은편 여자와 슬슬 말을 트기 시작하는 남자!!! 일단 조심스럽게 나랑 연결고리가 닿는 사람인지 체크가 필요해요.


남-집은 어디세요?


이 좁은 제주에서 잘못했다가 망신살이 뻗쳐 앞으로 제주도에서 연애하기 힘들어질지도 모를 일이거든요.


남-무슨 일 하세요?


아주 간단히 남자와 연관성 있는지 체크!


남-어느 학교 나오셨죠?


남자의 정체가 노출될 위험이 전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맘껏~ 신이나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해요. 용내서 여자들에게 술 몇 잔을 건네고


남-편하게 오빠라고 하세요


편하게 말을 트고, 걱정할 것 없다며 자신이 안전한 사람임을 티 내요. 신랑 신부 도착하면 다음의 멘트는 기본으로 날려주시니


남- 부럽다~ 난 준비된 신랑인데, 언제면 여잘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자신이 모범적이고 가정적인 남자일 거란 상상을 하게끔 얘기해요. 이번에는 자신의 친구 몰살시키기 위한 노력! 옛날 사귀었던 제씨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여태 솔로라는 둥... 4~5년 사귀더니 헤어진지 얼마 안 됐다는 둥~ 하지 말아야 할 말들만을 팡팡 터뜨려요.


피로연장의 하이라이트~ 노예팅 시간!!!


남- 누가 나 안 사주나?


앞에 앉은 스타일 좋은 여자에게 날 사주라는 시선을 은근히 보내는 남자예요~ 그녀가 만원을 외쳤어요~ 아싸라비아~~~ 이제 됐어요. 하지만 이런 쌈장~~~ 글쎄 다른 누군가가 2만원을 외치는 거예요.


남-저기 앞에... 제발 3만원... 3만원 불러주세요


텔레파시가 통했던 걸까요? 남자의 앞에 앉은 스타일 좋은 그녀가 3만원을 외쳐 불렀고 남자는 그녀의 노예가 되었어요. 여자와 계속 얘기를 나누더니 친구들이 자꾸만 노래를 부르라며 앞으로 나오래요. 남자... 마지못해 나가는 듯하더니 무슨 용긴지 여자의 손을 잡고 데리고 무대로 나가요. 함께 춤을 추더니 브루스 타임을 기다린대요. 신선하고 유쾌한 시간!!! 즐거운 분위기에 2차 얘기가 나오고 장소로 움직이려고 하는데 이런 간장~~~~ 앞에 앉았던 스타일 좋은 그녀... 오늘 즐거웠다며 황급하게 택시를 타더니 혼자서만 집으로 가는 거예요.


남- 이런~ 2차까지 같이 갈 줄 알았건만 내 인생이 그렇지... 뭐~


그제야 여자친구가 생각난다는 남자!!!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해요.


남-오빠야... 뭐해? 오빠가 우리 애기 집으로 갈까?


역시 곁에 있는 여자친구가 소중하다 생각하는 남자!


지금까지 결혼식 피로연장에서의 남자였어요~



*제주에는 신랑 신부 옆에 항상 '부신랑' '부신부'가 있다!!!

제주에는 결혼식을 치르게 될 때 신랑과 신부를 도와줄 도우미 역할을 하는 사람을 따로 두게 되는데, 이들을 가리켜 부신랑, 부신부라고 한다.

신랑 신부의 결혼 준비부터 결혼 전날 가문잔치 준비를 돕는다. 주로 하는 역할은 결혼식장 신랑 신부 픽업과 메이크업에 따라가서 도와주고, 결혼식에서도 대신 부조금을 받아 주는 일이다.

보통 다른 지역에서는 신랑 신부 당사자의 형제자매 또는 친인척들이 축의함을 만들어 축의금을 받고 명단을 작성하며 식권을 나눠주고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축의함을 잘 볼 수 없다. 부신랑과 부신부가 직접 신랑 신부에게 전달되지 못한 축의금을 챙긴다. 금전 지출을 비롯해서 축의금도 보관하고 답례품도 챙겨주고 손님들을 접대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므로 보통 신랑과 신부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선정이 된다.

혹은 술을 잘 마시는 이들이 부신랑 부신부로 선정되기도 한다. 왜? 

피로연 자리에서 술도 대신 받아 마셔야 하고 친구들끼리 잘 어울려 놀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기에 이들은 보통 신랑 신부와도 가깝지만 술을 잘 마시고 친화력이 좋은 사람들이 맡아 왔다. 그리고 신랑 신부는 이들에게 특별히 감사의 의미로 정장 한 벌씩을 선물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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