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입학준비프로젝트-제주어와 함께 제주신화를 배우다
올해 한글날은 예비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로서 의미가 참 새롭다. 기역, 니은, 디귿을 시작으로 자음, 모음, 가나다라마바사... 받아쓰기도 하며 노래도 배워가며 이렇게 한글과 친숙하게 지내온 한해도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전에 대학시절 과외로 한글을 가르쳤던 경험도 있지만, 올해는 유독 더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은 한글을 다 떼고 입학을 한다기에, 아직도 걸음마 수준인 아들의 한글 실력이 엄마는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거절하지 않고 따라와주는 아들이 기특하면서도 그 모습이 퍽 신기하게 다가온다.
"엄마, 있잖아요. 잘 보세요~"
손가락을 쳐다보라는 아들의 말에 뭔가 하고 바라보니, 글자를 써 가고 있다.
"고마워"
색종이를 발견한 나 또한 고마워라는 글자를 써 주고 아들이 다시 그 아래 "고마워"라고 글자를 쓴다.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이렇게 글로 전하고 싶었단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
물론, 아직 완벽하게 한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한 글자 한 글자 점점 속도를 내며 글자를 써나가는게 그저 신기하고 기특하다.
"오늘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널리 알린 걸 기념하는 날이야."
"와... 그럼 세종대왕님 엄청 공부 잘했겠네요. 어떻게 생겼는지 참 궁금해요."
요즘 글자공부를 열심히 해 나가는 아들이기에, 한글날이 더욱 의미 있을 수밖에. 그래서인가? 세종대왕을 무척 궁금해 하는 게. 아마 타임머신을 타고 먼 과거로 돌아간다면 세종대왕에게 또한 "고마워"라는 글자를 써 감사함을 표현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엄마에게 "고마워"란 글자로 자신의 마음을 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에 '제주어와 함께하는 제주신화어린이그림공모전'에 아이가 도전을 했고, 당당히 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엄마 덕에 제주신화와 제주어를 배워 도전하고 상까지 받게 됐다는 거다.
아직 걸음마 수준의 한글 실력이지만, 아들에게 도전 자체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었다. 이번 공모전을 함께 도전하면서 제주어를 살짝 가르쳐줬다.
설문대할망이예
(설문대할망이)
방귀 뽕 뀌더니 제주도가 태어났댕 햄신게마씨
(방귀 뽕 뀌더니 제주도가 태어났다고 해요)
흙날라그넹 한라산도 맹글고
(흙을 날라서 한라산도 만들고)
물 뿌려그넹 제주도 잘 자라라고 하고이서마씨
(물 뿌려서 제주도 잘 자라라고 하고있어요)
제주도를 창조한 설문대할망의 신화를 이야기해줬더니, 이를 그림으로 표현해냈다.
신화속 설문대할망의 이야기도 신기해하며 듣고, 제주어도 어색하지만 곧잘 따라하는 7살 아들.
제주어와 함께 하는 제주신화어린이그림공모전의 취지도 바로 여기에 있었지 않았나 싶다. 훈민정음의 고유성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언어가 제주어라고 한다. 제주어는 고어(古語)의 보물창고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제주어는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제주도에서도 제주어를 보존하고 육성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해나가고 있다. "빙상이 웃으멍(방긋 웃으며)" 같은 제주어가 적혀 있는 버스정류장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유다.
아예 요즘은 제주어를 내세운 이름의 카페와 음식점, 숙박업소 또한 많다. 이외에도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오며 관심을 모으는 행사가 제주어 말하기대회. 제주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구수한 제주어로 이야기하는 코너들이 큰 인기를 누리는 걸 보면 그만큼 제주 사람들 또한 제주어의 매력에 빠져있다는 방증 아닐까.
예전에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제주어를 쓰면 다들 촌스럽다 말하며 제주어 쓰는 자체를 기피했는데, 확실히 요즘은 초등학생들에게 제주어 교육을 신경써서 많이 해 나가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이번에 제주신화와 연결한 어린이그림공모까지. 제주어 활성화를 위해 곳곳에서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으니 보물과 같은 언어, 제주어가 더 이상 소멸될 것이라는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제주신화어린이공모전 수상작들은 오는 10월 27일부터 11월 9일까지 제주문화공간아트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아이들이 표현한 제주어, 그리고 제주신화의 표현력과 상상력이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