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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Jul 29. 2019

"육아가 가장 쉬웠어요." 라니, 그땐 몰랐어요.  

엄마가 되고 나서야 선배엄마의 말을 이해하게 됐어요.

라디오방송을 듣는다. 오늘은 육아 부모들을 위한 정보를 전해준단다. 인터뷰이가 말한다. 정확히는 아니고 대충 이런 내용의 얘기였던 것 같다.

"누구나 초보는 힘들잖아요. 육아하는 부모들도 그래요, 초보 엄마, 아빠들이다 보니 서툴 수밖에 없고, 그러니 좌충우돌 뜻대로 되지 않고 부딪히는 일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래서 정말 많이 힘들어하고요."
 
잠시 멈칫.  MC가 호응해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그런데 MC는 어째 그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 네... 다들 그렇다고들 얘기는 하더라고요"라는 대답.
 
'그렇다고 얘기는 하더라고요' 라는 대답 안에서 마치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아이 키우는 것쯤. 나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무언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 싶었다. MC는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 엄마가 아니었으니. 만약에 MC가 힘겨운 육아생활을 하는 아이 엄마였더라면, 맞장구 자체가 달라지며 더 격한 공감이 이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육아가 세상에서 가장 쉬울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아이 보는 일이 왜 힘들지? 내 아이 돌보는 일이니 난 즐거울 거 같은데.'
'상사의 지긋지긋한 스트레스보다야, 내 아이와 함께 지내는 일이 더 낫지 않나?'

 
그러면 결혼한 엄마 선배들은 '아직 인생을 살려면 멀었다, 참 답답한 소리를 한다'고 나무랐다.

이제 알 것 같다. 그때 내가 참 어리석었다는 걸. 엄마들을 향한 이해심 또한 어찌나 그 속이 좁았었는지도.

'엄마들은 왜 늘 아이 핑계를 대며 약속을 취소하는 걸까?'
'왜 늘 아이 핑계를 대며 지각을 하고 조퇴를 하지?'

부끄럽게도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을 향해 늘 삐딱한 시선을 보여왔었던 거다.


물론 이제는 달라졌다. 세상이 '맘충'이라는 말을 떠들어댔을 때도 "아이 엄마에게도 다 사정이 있겠지"라며 엄마의 시선 안에서 잠시 더 생각하고 이해하게 됐다. 물론, 엄마들 중에도 자신만의 시선에 갇혀 지내는 이들이 분명 존재하고 비판받는다. 


확실한 건 엄마가 된 후 나의 시선이 정말 많이 변화하고 달라졌다는 거다. 물론 아직도 멀었겠지만 그 전보다는 확실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조금 더 크게 트였다. 그리고 좀 더 따뜻한 시선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엄마라는 경험 자체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자산인 듯싶다.
 
"이제 몇 개월 남았니? 아이가 태어나면 세상이 달라질 거야."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선배가 내게 해주었던 말. 난 어리석게도 그 말의 의미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


이제야 그 속깊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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