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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05. 2024

'T' 성향의 사람과 'F' 성향의 사람

저는 기본적으로 그다지 MBTI를 믿지 않습니다. 지구상에 있는 수십 억의 인구들 각각이 저마다 다른 성격과 생각을 지녔을 텐데, 어찌 한낱 그 영어 대문자 한두 글자 따위로 설명이 되겠습니까? 그런데 사람들과 생활하면 할수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 MBTI라는 게 의외로 적지 않은 부분에 대해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겠습니다. 가령 다음과 같은 말을 어렵지 않게 듣곤 합니다.


거 봐. 우리 말에 공감을 못 하는 걸 보면 저 사람 T 맞잖아.
저 사람은 F라서 오지랖이 넓어. 네가 이해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MBTI는, 마이어-브릭스 유형 지표(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를 줄인 말입니다.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하는 심리 검사를 일컫는데, 마이어-브릭스 성격 진단 또는 성격 유형 지표라고도 합니다. (출처: 다음 백과 '엠비티아이' 항목 중에서 발췌)


일반인들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다만, 개인이 쉽게 응답할 수 있는 자가 진단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성격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조금은 더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MBTI에서 말하는 성격 유형들 중에, 요즘 가장 많이 언급이 되고 있는 유형이 어쩌면 'T'와 'F' 유형에 대한 상호 비교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서  'T'는 흔히 사고형, 'F'는 감정형이라고 인식이 됩니다.

 'T'는 논리와 분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면 감정보다는 사실과 증거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F'는 사람들의 감정과 가치를 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어떤 결정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의 감정으로 고려하기에 무엇보다도 일 못지않게 인간관계의 가치와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는 사람들입니다. 한 마디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효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사람 간의 공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갈리는 성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겪은 가장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한창 차를 운전하던 때에 접촉 사고가 일어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 친구와 아내에게 각각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친구는 다친 데는 없냐고 한 반면에, 아내는 차는 많이 안 상했냐고 했습니다. 이 간단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제 아내는 'T', 그리고 제 친구는 'F'에 해당합니다.


저는 어쩌면  'T' 성향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일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저는 전형적인 'F' 유형에 해당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F' 유형이 바람직하고, 'T' 유형은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 적지 않게 부딪치게 되고, 그 속에서 서로 조화를 이뤄간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단체 생활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심리적인 동요를 일으키거나 어쩌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쪽이 'F' 유형이 아닐까 싶다는 점이겠습니다. 'T' 유형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F' 유형인 사람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격이지요.

맹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단체 생활을 하면 할수록 차이점이 두드러지고, 그 차이점에 대한 이해가 결국 사람들에게 MBTI에 기대게 되는 현실이 그저 씁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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