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Oct 06. 2023

일상의 반복

아흔두 번째 글: 새로운 것을 찾지 말라.

흔히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두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다람쥐라는 동물 자쳬가 얼마만 한 인지 능력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철제로 된 울 안에서 하염없이 동그란 원통을 굴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한편 시지프 신화에 따르면 시시포스는 하데스에서 언덕 정상에 이르면 바로 굴러 떨어져,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무거운 돌을 또다시 정상까지 계속 밀어 올리는 벌을 받은 인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보다 더 쉽게 우리 식으로 표현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하고 있는 격입니다. 물론 이때의 시시포스는 낮에 그다지 보람을 느끼지도 못하는 일을 죽어라 하고, 밤에 잠드는 일상에 젖어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빗댄 것이겠습니다.


종종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떤 활동을 할 때 아이들이 금방 싫증을 내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그건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볼 때에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처음 한두 번만 흥미를 보일 뿐입니다. 그건 그 행위 자체가 식상하기 때문이겠습니다. 즉 같은 것이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므로 싫증이 난다는 것입니다.


식상하다는 것은 이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어떤 일을 우리가 보았거나, 그런 무의미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행위를 반복하게 될 때 느끼는 감정 상태를 말합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우린 늘 새로운 뭔가를 갈구하고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혹은 어제와 똑같지 않은 삶을 살아가려 애를 씁니다.


분명 우리가 봤을 때 다람쥐와 시시포스는 어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행위를 오늘도 반복하고 있습니다. 왜 저러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게 보면 그들의 삶 자체는 가히 비극적이라 아니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지극히 무의미한 일을 되풀이하는 저들의 모습을 보며 가끔, 과연 저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 속에서 과연 어떤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세세한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개  우리는 거의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낮에는 직장에서 어제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에 퇴근해 똑같은 사람들과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고, 비슷한 시간에 잠이 듭니다. 일상, 즉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 그 자체인 것입니다. 어쩌면 어떻게 해도 이 틀을 벗어날 순 없습니다.


우리가 철 모를 때 결혼에 대해 환상을 갖고 결혼을 꿈꾸는 이유도 어쩌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지도 모릅니다. 일상에서의 탈출에 대한 유혹은 강렬하지만, 결과적으론 우린 다시 얼마 못 가 시시포스의 운명을 맞게 됩니다.


그런데 한 번도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겐 식상해 빠진 그 일을 정작 다람쥐는 즐거워할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그의 저서 <시지프 신화>에서, 시시포스가 이 형벌을 내린 신에게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형벌을 즐기는 것뿐(출처: 다음 백과, [시시포스])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우리의 삶이 다람쥐처럼 속절없이 여겨지고, 때로는 시시포스처럼 고통스럽게 느껴져도, 우리가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을 이겨내는 길은 그런 단조로움 속에서도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제부도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