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일
백 여든여덟 번째 글: 그런 건 세는 게 아닙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두 가지 활동을 좋아합니다. 당연히 하나는 글쓰기이고, 나머지 하나는 독서입니다. 어쩌면 이 두 가지는 서로 물고 물리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글을 잘 쓰려면 보다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몇 권을 읽었는지 세고 있습니다. 또 글을 쓸 때에도 얼마 동안 몇 편을 썼는지 등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쓴 글들을 카운팅 하고 있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올해 몇 권을 읽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몇 편의 글을 썼는지 세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것만큼 쓸데없는 일이 또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누구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독서량보다는 한 권을 읽어도 깊이 있게 읽는 게 더 중요하고, 글의 편 수보다는 오랜 퇴고의 과정을 거친 보다 더 완성도 높은 한 편의 글을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전 14년 전에 10년 동안 1000권의 책을 읽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8년 2개월이 채 안 되어 일단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가 절실히 깨달은 게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의 무지함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 몇 권을 읽었는지 세는 게 정말 의미 없다는 것, 그리고 어디 가서 책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건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런 제 생각을 글로 쓰고 있으면서도 전 여전히 독서량을 세고 있고, 연말까지 700편의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정말 쓸데없는 일, 의미 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왜 이러고 있는지 저조차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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