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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31. 2024

드라마, 손(the guest)

2024년 1월 31일 수요일, 흐림


하루 종일 드라마를 시청했다. 이 드라마는 언제 방영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손(the guest)'라는 드라마이다. 살인 및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고 형사가 수사를 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오컬트 드라마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여기에서의 '손'은 바로 귀신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길일을 택할 때의 기준 중의 하나가 바로 '손 없는 날'인 것을 감안한다면, 좋은 일을 해치려 끼어드는 여러 가지 잡신들이 없는 날이 바로 손 없는 날이 되겠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손 없는 날을 택해, 이사 및 결혼 혹은 사업을 시작하곤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굳이 좋지 않은 기운이 끼어드는 날인 것 같다고 생각되는 날에 뭔가 일을 벌일 필요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드라마 작가가 아니다. 게다가 드라마의 구조나 시스템조차도 알지 못한다. 다만 시청할 때 얼마나 깊이 나를 몰입하게 하느냐 못 하느냐가, 내겐 잘 만들어진 드라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어제 낮부터 미친 듯이 1회부터 시청했다. 방금 전까지 16회를 모두 보고 밖으로 나왔다. 그랬다. 내가 가진 유일한 기준으로 판단해 보자면, 이 드라마는 분명 굉장히 잘 만들어진 드라마임에 틀림이 없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동해안 어느 마을에 대대로 제례를 집전해 온 세습무 가족에게 시련이 닥친다. 어떤 일을 계기로 꽤 큰 귀신이 한 아이에게 빙의된다. 그 아이로 인해 아이의 엄마는 물에 빠져 죽고, 할머니는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아이의 아빠는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도 죽을 것 같아 소리소문 없이 잠적해 버리고 20년 동안 숨어서 살아간다. 어쨌거나 무당을 통해 굿을 하면서까지 아이에게 깃든 큰 귀신을 떨쳐내려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아이의 할아버지는 구마사제들을 불러 아이의 영혼을 구하려 한다. 그러다 구마사제 둘 중의 부사수 격인 젊은 신부에게 큰 귀신이 옮겨 가고, 그 길로 그 신부는 집으로 달려가 부모님을 살해하고 남아 있던 어린 동생을 죽이려다가 우연히 들른 여자 경찰을 죽이게 된다. 여자 경찰이 신부의 집으로 들어가고 난 뒤 그 딸이 그 집으로 따라 들어가려는데,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세습무 가정의 아이가 신부의 집으로 달려와 '들어가면 다 죽는다'며 못 들어가게 막는다. 여기에서 그 여자 경찰은 신부의 어린 동생을 구하게 되는데, 나중에 20년이 지나 셋(처음에 빙의된 아이, 여자 경찰의 딸, 가족을 몰살한 신부의 어린 동생)은 재회하게 된다. 그 이후로는 줄곧 그 큰 귀신을 쫓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일단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유명세만으로 캐스팅한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배우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별할 만한 안목은 내게 없다고 해도, 16회가 진행되는 동안 드라마 몰입을 방해할 그 어떤 요소도 없을 정도로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좋았다. 물론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스토리를 배치할 때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까, 하는 나름의 정보들을 얻었다는 것이겠다. 속된 말로 시나리오를 저렇게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오컬트를 소재로 한 다른 드라마도 챙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드라마 시청은 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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