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펠렛에 씨앗을 심다
주문한 씨앗들이 도착했다.
상토를 쓰지 않는 편리한 배양토가 있다고 해서 지피펠렛도 주문했다.
여기에서 씨앗이 발아 딜 수 있다고? 반신반의 하면서
펠렛을 용기에 담고 물을 부어 기다리는 동안 씨앗 봉지들을 뜯는다.
오~마이~갓
이렇게나 작은 씨앗들이라니~
씨앗 중 제일 작은 것은 채송화 씨앗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그냥 모종을 사는게 나았겠다는 낭패감을 누르고
낑낑대며 씨앗을 배양토에 두세개씩 나누어 넣는다.
잘 나와 달라고~ 잘 만나 보자고~
점·점·점에서
하주자
루피너스, 파스텔 톱풀, 피노키오 과꽃
핀셋으로 집어도 잘 잡히지 않는
까맣거나 희뿌연 점들
침침한 눈을 부비며
물에 불린 *지피펠렛에
씨앗을 넣는다
점 하나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꽃들의 얼굴
상상하는 기쁨은
기다림의 바닥에 말을 거는 것
귀를 열어 듣는 최대치의 음파
하루 이틀 사흘
떡잎이 올라오기까지
어둠속 안간힘을 다독인다
잘 나올 수 있어
환해질 수 있어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어둠에게 말을 하고 있는 나
*지피펠렛: 압축배양토
《나비, 꿈속에 들다》 시와사람,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