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첫 번째 창업, 왜 하필 치킨집이었을까

by 전장의서가


퇴사 이후, 선택은 늘 술자리에서 시작된다

전편에서 이야기했듯, 첫 번째 창업은 거창한 사업 계획서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전 직장 동료와 치킨과 맥주를 앞에 두고 앉아 나눈 대화, 그 평범한 저녁이 출발점이었다.

그날 우리는 회사 이야기, 퇴사 이야기, 그리고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반복해서 주고받았다.

술이 한두 잔 들어가자, 평소에는 꺼내지 않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창업이라는 결정은 대부분 이런 자리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계산이 아니라, 체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왜 치킨집이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만만해 보였다

이 이야기를 하면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겠다.

치킨집은 만만해 보였다.

다시 말해, 진입장벽이 낮아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돈 외에는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업종처럼 느껴졌다.

재능이 특별히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학력이 중요한 것도 아니며

이전 경력이 직접적으로 요구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는

2~3주 정도의 교육 과정을 거치면 바로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레시피는 표준화되어 있고, 조리 프로세스는 매뉴얼로 정리되어 있으며, 본사의 물류 시스템을 이용하면 재료 수급도 비교적 단순하다.

40대 중반, 두 번의 퇴사를 경험한 나에게

이보다 현실적인 선택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배달 시장에서 치킨은 여전히 강하다

unnamed (14).jpg

두 번째 이유는 배달이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외식업에서 배달을 빼고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배달 시장에서

치킨만큼 강력한 카테고리는 많지 않다.

치킨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혼자 먹어도 되고, 여럿이 나눠 먹어도 된다.

특정 계절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경기 침체에도

치킨 소비는 완만하게 유지된다.

이건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의 영역이다.

배달 플랫폼 매출 구조, 업종별 주문 빈도, 객단가를 보면

치킨은 여전히 상위권에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말은

사업 관점에서는 곧 시장이 넓다는 의미다.

회사에서 배운 것들을 써먹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세 번째 이유는, 지금 생각하면 다소 오만했던 판단이다.

나는 오랫동안 회사에서

기획, 운영, 마케팅, 전략이라는 이름의 업무를 해왔다.


보고서를 쓰고, 숫자를 보고, 구조를 분석하는 일에 익숙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다.

“동네 치킨집 사장들보다

나는 경영 전략과 마케팅을 더 잘 알지 않을까?”

“가격 정책, 메뉴 구성, 프로모션만 잘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 당시에는 꽤 설득력 있는 논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선택한 브랜드, X라닭 치킨

수많은 치킨 브랜드 중에서

내가 선택한 건 X라닭 치킨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일단, 맛있었다.

전 직장 동료와 먹었던 그날,

치킨은 분명히 기존의 동네 치킨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튀김의 질감, 양념의 밸런스, 메뉴의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고급화 전략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포지셔닝으로 승부하려는 느낌.

“이 정도 퀄리티라면

배달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겠다.”

그렇게 나는 검색을 시작했고,

본사에 연락을 했다.

본사 미팅, 그리고 ‘현실’이라는 단어


며칠 뒤, 오픈 담당 슈퍼바이저를 만났다.

본사 미팅은 생각보다 체계적이었다.

상권 분석, 예상 매출, 물대 구조, 인테리어 비용,

영업 보호 거리, 배달 플랫폼 수수료까지.

그동안 회사에서 수없이 보던 자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숫자는 친숙했고, 설명도 이해하기 쉬웠다.

우리는 내가 생각해둔 몇 군데 후보지를 함께 돌아봤다.

오래된 상가, 기존 음식점 자리, 그리고 신축 공실.

슈퍼바이저는 신축 공실을 추천했다.

동선이 깔끔하고, 배달 동선이 좋고,

초기 이미지 구축에 유리하다는 이유였다.

그 말이 맞아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기대고 싶었다.

수익 구조 설명, 그리고 내가 놓친 것들

본사는 예상 수익을 설명해줬다.

월 매출, 원가율, 인건비, 임대료, 배달 수수료.

모든 게 그럴듯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설명에는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었다.


사장의 체력과 감정 비용.

회사에서는

내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하루쯤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자영업에서는 하루의 컨디션이

그날의 매출과 직결된다.

그때의 나는

숫자만 봤고, 사람은 계산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결정을 내렸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미 마음은 어느 정도 기울어 있었다.

두 번의 퇴사로

다시 회사로 돌아갈 자신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고,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결정을 내렸다.

이제 나는 자영업자로 첫 발을 내딛는다.


이 선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때의 나는

이 선택이 최소한 도망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자영업의 시작은 늘 희망으로 포장된다

창업을 결정한 순간,

불안보다 기대가 컸다.

내 가게

내 간판

내 책임

그 말들이 묘하게 사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40대, 50대 예비 창업자라면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창업은 자유가 아니라

책임의 형태가 바뀌는 것뿐이다.

다음 화에서는

가게 오픈 준비 과정과

실제로 문을 열고 나서 맞닥뜨린 현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때부터

‘생각’과 ‘현실’의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다.


#40대창업#중년자영업#치킨집창업#퇴사후인생#브런치연재#외식업현실#프랜차이즈창업#자영업도전#중년의선택#창업스토리

작가의 이전글2화 ― 두 번의 퇴사 이후, 불안과 새로운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