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고 정확히 세 달이 지났을 때였다.
그동안 알바 다섯 명, 정직원 한 명을 차례로 보냈다. 일부는 내가 선택했고, 일부는 스스로 나갔다. 결과만 보면 내가 사람을 못 쓰는 사장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때의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세 달은 장사를 배우기 이전에 사람을 다루는 법,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람과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인사팀이 있었고, 팀장이 있었고, 규정이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보고 라인이 있었고, 감정은 시스템 뒤에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게에선 달랐다. 사장이 곧 인사팀이고, 관리부서이고, 최종 책임자였다. 좋게 말하면 자유였고, 솔직히 말하면 모든 부담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구조였다.
문제의 시작은 알바 아주머니였다.
전화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분은 연령대가 조금 있으셨고, 여러 음식점을 거쳐 온 경력이 있었다. 오픈 초반, 본사 슈퍼바이저가 상주해 있을 때는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
음식물 정리, 재료 보관 방법, 냉장고 동선 같은 실무적인 노하우를 많이 알려줬다. 초보 사장인 나로서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본사 매뉴얼에는 나오지 않는, 현장에서 체득한 요령 같은 것도 있었다.
그 시기까지만 해도 나는 이분을 ‘경험 많은 조력자’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문제는 슈퍼바이저가 철수한 이후부터였다.
아주머니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본인이 마치 이 가게를 오래 운영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나에게도 결정 사항을 통보하듯 이야기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경험자가 하는 말이니 경청했고, 틀린 부분은 고쳐나갔다. 하지만 점점 선을 넘기 시작했다. 근무 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보너스를 요구했고, 본사 매뉴얼과 다른 조리 방법을 ‘다들 이렇게 한다’는 카더라로 밀어붙였다.
나는 초보였지만, 완전히 백지는 아니었다. 본사 교육을 받았고, 최소한의 경영 방침은 세워 두었다. 프랜차이즈는 개인 식당과 다르다. 매뉴얼을 유지하는 것이 브랜드 신뢰와 직결된다.
그래서 처음엔 최대한 좋게 이야기했다. 이유를 설명했고, 원칙을 말했고, 양보할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구분하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주머니는 대놓고 말했다.
자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가겠다고.
그 말에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본인이 없으면 가게가 안 돌아가고, 내가 본인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게 문제였다.
순간 흔들렸다. 장사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고, 사람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이미 체감하고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결국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정말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 나왔다.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그대로 나가 버렸다. 문 닫히는 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날 가게 안에 혼자 남아 서 있었다. 분노보다 허탈함이 먼저 왔다.
더 충격적인 건 그 다음이었다.
그 아주머니가 스무 살 여자 알바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계속 연락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데로 가라고, 여기서 일해 봐야 소용없다고, 은근하게 불안을 심어주는 식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가스라이팅에 가까웠다.
사실 그 여자 알바는 일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하나의 문장이 정리됐다.
패키지처럼 들어온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한 번에 정리해야 한다는 것.
사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직원으로 뽑았던 청년도 있었다. 처음엔 성실해 보였다. 하지만 일한 지 2주 만에 가불을 요구했다. 고민 끝에 해줬다. 사장이라는 자리는 결국 사람을 믿는 자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불을 해주고 나니 상황이 급변했다. 다음 날 지각을 했고,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여자 알바에게 지나치게 말을 걸고 치근댔다.
어느 날 여자 알바가 조심스럽게 CCTV를 보여줬다.
다행히 신체 접촉은 없었다. 하지만 근무 중 계속 말을 걸고, 장난을 치고, 일은 뒷전이었다. 가게 분위기는 무너지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사장은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걸.
회사에서는 문제 있는 직원도 시스템이 걸러준다. 평가, 인사 조치, 이동 배치 같은 완충 장치가 있다. 하지만 작은 가게에서는 한 사람의 태도가 전체를 흔든다.
특히 초보 사장이라는 걸 알면, 일부는 그 위에 올라타려 한다.
이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그래서 더 냉정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그 다음은 없다.
창업 3개월 만에 사람을 다 보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사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는 실패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학습 비용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 문제는 매출보다 먼저 온다.
그리고 한 번 흐트러진 기준은 다시 잡기 어렵다. 경험자의 말이라고 무조건 옳지 않고, 오래 일했다고 권한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사장은 외롭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사람으로 채우려 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걸 깨닫는 데, 나는 정확히 세 달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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