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통해 다시 태어난 나”
우리 아이는 말을 조금 늦게 시작했어요.
다른 아이들보다 조용했고
말 대신 눈빛으로 마음을 표현하곤 했죠.
처음에는 그 조용함이
그저 아이의 성격이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 한켠에 걱정이 스며들기 시작했어요.
혹시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아이에게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마음.
그래서 나는 아이 옆에 더 오래 머물기로 했어요.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고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기다렸어요.
그리고 매일 밤,
아이가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골라 읽어줬어요.
아이는 내 목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웃기도 했고
가끔은 책장을 넘기며 손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했죠.
나는 말 대신 아이의 반응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어요.
어느 날
아이가 책 속 한 문장을 또박또박 따라 말했어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순간
나는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잠시 멈춘 듯한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아이의 말문은 서서히 열렸고
마치 얼었던 땅 아래서 새싹이 얼굴을 내미는 듯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라났어요.
지금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에요.
책을 사랑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며
친구들 사이에서 믿음직한 아이로 자라났어요.
요즘은 오히려 제가 아이에게 책 추천을 받기도 해요.
이렇게 멋지고 따뜻한 아이로 자라준 것만으로도
나는 그 긴 기다림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껴요.
그 아이를 보며 배웠어요.
성장은 ‘언제’보다는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는 걸요.
그리고 사랑은 때로 ‘기다림’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크게 표현된다는 것도요.
천천히 피어난 우리 아이처럼
나도 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자라는 중입니다.
오늘도 그렇게 아이와 함께 조용한 기적을 살아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