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나를 위해서.

키스 해링과 아이 그리고 나의 오후.

by 루나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책 속에 기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오늘 아이와 함께 펼친 책은

색색의 선으로 뛰어노는 예술가,

키스해링에 대한 그림책이었다.

단순한 선과 원, 익살스러운 얼굴들-

처음엔 아이가 좋아할까 싶었는데

장면마다 내 눈이 더 오래 머물렀다.


“예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요.”


키스 해링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문득 그 말이 내게로 왔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다 보면

‘열려 있는 것’ 보다 ‘닫아 두는 것’ 이

더 익숙해지기도 한다.


감정을

취향을

시간을.


그러다 이런 책 한 권이

조용히 나를 다시 열어준다.


“엄마, 이 사람은 왜 이런 그림을 그렸어요?”

“왜 사람을 이렇게 그려? 왜 춤추고 있어요?”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기분 좋은 당황이었다.


아이는 그의 그림에서 뭔가를 느끼고 있었다.

그건 단지 색깔의 재미가 아니었다.

그림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과

세상의 말보다 더 솔직한 ‘선의 언어’에

아이도 나도 빠져들었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이건 그냥 예쁜 그림이 아니라,

사람들한테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린 거야.

모두가 다르게 생겼지만

다 소중하다는 걸 말하는 그림이야.”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그날 밤-

아이는 나에게 물었다.

“팝아트라는 게 뭐예요? “

“앤디 워홀은 누구예요? “

“마티스는 그림을 어떻게 그렸어요? “


내가 몰랐던 답도 많았지만

우린 함께 검색하고 또 책을 찾아보았다.

아이를 위해 꺼낸 책이

결국 나를 다시 배우게 만들었다.


아이에게 이 책은

그림이 재미있는 책이었겠지만

나에게는 나를 다시 그리고 싶은 마음을 깨워주는 책이었다.


“아이처럼 솔직하게 그리는 사람. “

“삶을 춤추듯 표현한 사람.”

그는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갔지만

그가 남긴 선은

오늘날 우리의 마음으로 이어졌다.


책장을 덮고

아이는 어느새 장난감으로 달려갔지만

나는 그 자리에 조금 더 앉아 있었다.

잠깐의 정적 속에서

오늘의 나를 읽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사는 삶 속에서

이런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이의 호기심에 동행하면서

나도 내 안의 예술과 감성을

다시 깨우는 기분-


그리고

여전히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나를 위해서!



[엄마이기 전에 나였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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