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과 동박새, 친구가 되다
정년퇴직 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가끔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듯한 쓸쓸함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요히 앉아 창밖의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깨닫습니다. 생명은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가장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누군가는 누군가를 부르고, 그 부름에 응답하는 다정한 몸짓들이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눈 덮인 낮은 언덕 한쪽, 붉은 얼굴을 내민 동백꽃 한 송이를 봅니다. 차가운 바람을 견디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그 모습이 참으로 대견합니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동박새 한 마리가 날아와 꽃 속에 머리를 파고듭니다. 꽃은 자신의 가장 달콤한 꿀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새는 그 고마움의 표시로 잠든 생명의 꽃가루를 옮겨줍니다. 시련 속에서 마주한 이들의 어울림은 차가운 겨울 풍경을 단숨에 따스한 온기로 채웁니다.
눈 맞은 동백: 시련 속에서도 붉은 본성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온전한 생명을 상징합니다.
바람 타고 온 동박: 정적인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인연의 손길입니다. 누군가의 아픔이나 고독을 살피는 따뜻한 자비의 마음입니다.
친구 하자네: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대긍정의 선언입니다.
동백꽃과 동박새의 만남은 우연이 아닙니다. 모든 존재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수많은 인연의 끈으로 얽혀 있다는 인연생기(因緣生起)의 법을 보여줍니다. 꽃이 있어 새가 오고, 새가 오기에 꽃은 결실을 맺습니다. 이처럼 '너'가 있기에 '나'가 존재한다는 상의상관(相依相關)의 원리를 깨달을 때, 우리는 마주하는 모든 인연을 부처님처럼 대할 수 있게 됩니다.
일요일 아침의 짧은 만남 한 주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그려보는 일요일 오전 10시, 늦은 아침의 여유 속에 [순야의 단상]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쉼표를 찍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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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한 주의 시작과 끝이 모두 평온하시길 기원합니다. 몸도 마음도 정갈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라며, 다음 주 일요일 아침에 맑은 향기를 담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