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은 한국 교육의 이상적 비즈니스화 결과물이다.

해외 K팝 문화와 시각을 바라보며 생각의 흐름대로 끄적인 글

최근 K팝 콘테츠를 보며 K팝은 한국 교육의 이상적 비스지니스화 시킨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예술을 전공했을 때는 '왜 한국 대중들이 K팝에 열광할까?'라는 질문을 가졌다. 과거의 대중과 귀족 문화의 주요 콘텐츠였던 무용이 현재는 고귀한 순수예술로 남은 채 대중보다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예술이 된 것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물론 내 전공이 한국무용이었지만 어릴 적엔 나도 한국무용 공연을 잘 보러 가지 않았고 그나마 삶을 좀 살아가며 인생에 대한 고찰이 시작될 때쯤 더욱 순수무용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물론 해외에는 순수무용에 대한 시각이 좀 더 대중적인 것이 아직 남아있긴 한 것 같다. 유명 발레, 현대무용, 연극 공연 같은 경우 캐스팅이나 컴퍼니에 따라 매진도 되고 팬덤도 있고 하다. 석사 때 안무를 공부하면서 순수무용에 대한 수요차이에 대한 고민을 했을 때 유럽은 한국보다 무용에 대한 접근성이 쉽다. 다시 말하자면 어릴 때부터 또는 나이와 관계없이 대중을 위한 무용수업 및 공연이 열려있고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인터넷에 무용수업을 치면 정말 다양한 장르의 무용수업들을 쉽게 발견하고 신청할 수 있게 되어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무용수업은 지나가다 무용학원을 발견한다던지 아니면 취미를 위한 수업플랫폼에서 가끔가다 찾을 수 있으며 무용을 전공한 사람들도 대부분 대중을 위한 수업보다 전공자 또는 학교에서 수업을 하길 원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통해 기본적으로 무용에 대한 소비 양보다도 소비의 형태와 경향이 유럽과 한국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한국에서는 순수무용보다 K팝이 더욱 대중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K팝 아티스트가 되는 기회가 발레리나나 현대무용, 한국무용수가 되는 기회보다 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또는 내 주변 누군가가 어느 순간 K팝 그룹이 되어있거나 연습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획사 오디션도 있고 길거리 캐스팅이 되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 결국 접근성이 순수무용보다 더 좋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TV에서 본 K팝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 기획사 오디션을 보고 트레이닝을 받는 비용이나 시간이 발레 공연을 보고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무용학원을 알아보고 트레이닝을 받는 비용이나 시간을 비교했을 때 훨씬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K팝아티스트가 되는 게 더 쉽거나 발레리나가 되는 게 월등히 더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K팝그룹도 많지 않고 오디션 경쟁률도 세고 발레도 취미로 시작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도해 보는 시작점'만 따지고 보았을 땐 K팝이 더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K팝 산업은 접근성이 좋아지고 수요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공급도 많아지고 그 체계는 더욱 다양화되고 체계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순수무용은 다른 형태의 예술적인 가치와 전통을 지키며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K팝은 왜 한국교육의 이상적인 비즈니스화된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유럽에서 K팝 관련 일들을 하면서 들었던 근본적인 생각은 '왜 이 사람들이 K팝을 좋아하는 것일까?'였다. 타국가의 문화이자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유. 사실 문화예술을 공부하다 보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보수적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술계에서 다양성과 창의성을 위해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다들 표면적인 수준에서 어느 새롭다고 느낄 정도만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하지만 특정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또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에 대해서는 특정 소수 외엔 어느 정도 거절하는 경향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쉽게 말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존중은 하되 굳이?라는 느낌이다. 다른 예를 들자면 어떤 나라에서 단기간으로 사는 것은 좋지만 정착을 하기 시작하면 예상과 많이 다른 그런 경험과 비슷할 것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또다시 아까의 질문으로 돌아오면 결국 K팝도 자신의 문화와는 조금 다르지만 한국의 특정 문화와 시각을 예술적으로 가장 이상화시킨 형태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또한 비주얼적으로 강한 나라이다. 그동안 국제 영화 시상식에서 쾌거 및 최근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의 결과물 또한 평창 올림픽에 사용된 수많은 그래픽 아트 및 드론까지 이 모든 것을 보면 한국인이 얼마나 시각적인 것에 예민하고 깨어있는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K팝 아이돌들의 스테이지 및 일상복 패션들도 이슈화되고 K-fashion & beauty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시각적 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옛 궁들이나 예술작품들을 봐도 역사적으로 그러한 민족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엔 '제페토' 또는 가상 아이돌 및 모델들까지 등장하며 시각미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각적 예민함은 K팝 아이돌을 제작하는 데 있어 비주얼적인 완성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그들의 세계관을 실현하는데도 많은 기여를 하였으며, 기술과 합쳐진 K팝은 회사들이 추구하는 미를 구현하기 위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콘텐츠로서도 잘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나는 왜 K팝이 한국교육의 이상적인 비즈니스화된 결과물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단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K팝의 완벽하게 짜인 안무, 퍼포먼스, 노래, 콘셉트, 패션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십 년 넘게 무대 위에서 춤추며 다양한 장르의 공연한 사람으로서 춤만 추는 것도 힘든데, 외모도 출중한 젊은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 내 노래와 춤을 완벽하게 마치 순간 판타지로 들어가게끔 할 정도로 퀄리티를 잘 만들어내는 아이돌들을 보면 K팝 시스템이 얼마나 한국교육의 장단점을 극대화하여 담아냈는가를 알 수 있다. 해외에서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서 나라와 문화별 특징을 보았을 때 한국만큼 주입식 체계적 교육이 잘 발달된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물론 아직 안 살아본 다른 여러 나라들이 있어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한국교육을 받고 자란 한국인으로서 또 동시에 영국에서 일을 하며 교육에 대해 공부한 사람으로서 느꼈다. 결국 따지고 보면 (성공을 여부와 상관없이) K팝 아이돌이 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 위한 '연습생 기간'이 필요하고 그 연습생 기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이상적인 모습', 곧 노래도 춤도 어느 정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다이어트를 통해 K팝 산업에서 원하는 외모를 갖추고 필요하면 의학적 시술을 통해 외형적으로도 '완벽한 모습'을 만들어간다. 그 기간 동안에는 '개별성(Individuality)'는 거의 무시된 채 회사가 제시하는 콘셉트와 캐릭터로 자기 자신을 만들어야 하고 회사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준에 맞추어 가치평가된다. 심지어 그룹으로 데뷔를 하는 경우 더더욱 그 개별성이 사라진채 그룹 내의 캐릭터와 그 그룹의 정체성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물론 그 캐릭터가 특정 사람의 성격에서 나오게 될 수도 있으나 그 사람의 모든 성격을 다 담기보다 그 그룹이 추구하는 콘셉트 내에서 그 사람의 특정 일부분만 채택되고 극대화시킨다. 인간이란 양면성을 가진 존재이지만 K팝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보다 대중이 원하는 또는 회사가 원하는 캐릭터로 자신의 일부분만 드러내며 또 다른 인격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특정 좋은 부분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통제와 관리'가 매우 중요하고 이는 주입식 교육의 잘 발달된 한국교육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르면 8시 30분부터 수업을 시작하여 4시나 5시에 정규수업이 끝나고 이후 자율학습시간이나 학원 등을 가며 10시나 11시 또 사람에 따라 새벽까지 공부를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무도 과로사를 막기 위해 주 40시간 이상 하지 않도록 막고 있는데, 학생들은 따지고 보면 그들 삶의 3분의 2를 공부라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형태로 과거의 K팝 시스템은 하루에 12시간씩 춤추고 노래하며 트레이닝을 받고 매달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한 공간 안에 같이 살면서 식단과 생활까지 관리받는 것이 해외에서 상상이나 가능할 것인가? 한 사람의 개인적인 라이프 스타일과 관계, 철학은 무시된 채 K팝 아이돌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그들의 삶을 교환하는 것이다.

통제의 장점은 효율성과 좋은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K팝 아이돌들을 보면 마치 평범한 사람이 아닌 듯한 이상적인 외모와 실력을 갖추며 완벽한 사람의 모습으로 살기에 쉽게 대중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었고 이렇게 잘 '제작된' 아이돌은 나라와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여기에 한국적인/아시아적인 특징까지 갖추며 약간의 '새로움'(어떤 이들에겐 '익숙함')을 더한 K팝이기에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람들마저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러한 한국교육의 특징을 가진 K팝 시스템의 장점을 통해 최근엔 BTS(방탄소년단)이라는 이례적인 글로벌 K팝 아티스트를 만들 수 있었으나 그들의 '잠정공백 및 개인활동 선언'과 '눈물'을 보며 결국 그들도 그 단점으로 인해 '한 인간으로서 개개인의 삶을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K팝 산업에 대해 비판하는 글도 칭찬하는 글도 아니다. 그저 나의 삶의 일부이자 현재 직업으로 일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개인적인 관찰과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확실히 이전보다 그 위치와 저력이 달라진 K팝이, 어찌 보면 현재 정점을 달리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K팝이 시작이 될지 아니면 그 끝은 언제가 될지 돌아보며 간단하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