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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May 27. 2024

양약고미(良藥苦味)

한약이 쓴 맛을 내는 이유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살기 위해서 에너지원을 요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탄수화물이나 지방, 단백질의 3대 영양소를 들 수 있겠습니다.


생명체는  공간을 차지하는 형체(덩어리)를 구성해야 하고 아울러 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동시에 원합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에는 이들을 충족하는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잘게 부순 나뭇가지가 불에 잘 타듯이  작은 단위로 구성된 영양요소일수록 흡수가 빠르고  에너지 소모가 적어서  유리합니다.  설탕이나 꿀 과당 등  단 음식들이  단순한 당 종류로 인체에서 성장과 에너지화하기 유리하므로  선호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초콜릿처럼 단 음식을 선호하는 것엔 이유가 있습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에너지가 충족되면 생각도 부정적인 데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이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세상사가  이처럼 아무 문제가 없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살다 보면 질병이나 과로, 심각한 스트레스 등으로  평소와는 다른 형태의 삶을  행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상적으로  완벽한 비닐하우스에서  해충이나 병균의 침입, 냉해나 가뭄 등의 피해가 없이 자라는 작물들은  이러한 외부의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없으며  말 그대로 온실 속의 화초로 잘 성장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삶이란  야생의  들풀과 같습니다.

성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러 자연재해나  해충, 감염 등으로부터  싸워야 합니다.


흔한 수단이 상대방이  먹기 싫어하는 냄새, 맛을 띄게 하거나  먹고 나서 소화장애나 대사에 문제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추처럼 매운맛이나  씀바귀나  소태처럼 쓴맛을 합성하여  자신을 지키는 수단으로 동원합니다.

그래서  자연산 식물이  비닐하우스산 식물보다 향과 맛이 강한 것은  살기 위한 수단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체는 20대까지의 성장기에는  성장에 유리한 단맛이나 튀김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반면  성장이 끝나는 30대 이후부터는  맵거나 쓴맛에도  점차 호감이 가는 것은   성장보다는 재생에 더 치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질병이나 스트레스, 피로 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유사한 면이 많습니다.

식물이 쓴맛을 동원해서  포식자로 하여금 회피하거나  섭취한 포식자가  문제를 일으켜 다시는 쳐다보지 못하게 하는 원리를  인체가 그대로 응용합니다.


비유컨대  

조각가가  소조를 하기 위해 진흙을 개어서 쌓아 올리는 과정을  성장기라 한다면  진흙이라는 영양물질이 많이 필요한  기간으로  성장기 아이들이 군것질 좋아하고 기름지고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것과 같습니다.


틀이 다 이뤄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유지 보수를 해야 합니다.

오염되거나 훼손이 되면  파내기도 하고 새로 덧붙이기도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덧붙이는 단맛도 필요하지만  파내고 교정하는 쓴맛도 필요로 한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성장기에도 경우에 따라 쓴맛이 필요한 때도 종종 발생합니다.

가장 흔한 이유로는 인위적인 작용이 들어갈 때입니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감기 같은 경우 저절로 완치가 되는데 인위적으로 해열제나 항생제 등을 투여함으로써  본디 지니고 있던 면역력을 소진 시키면  틀의 형성에 왜곡이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쓴맛의 처방이  필요하고  교정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종종 겪는 일이 있는데...

만성 감기로 고생하는 아이들로 인해 한약을 처방해 가는데   처음 그 약을 본 보호자가  냉큼 달려오거나 전화로  아이 한약이 왜 그렇게 쓴가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곤 합니다.


자세히 설명하고  돌려보내면  며칠 후에 다시 내원해서  아이가 그렇게 쓴 약을 잘 먹는지 몰랐다 하면서  더 지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은 간사합니다.

지금 섭취하는 성분이 몸에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본능적으로 파악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달짝지근해서 맛있게 여기더라도 몸에 해가 되거나 필요하지 않다고 인식되는 순간  못 먹게 만듭니다.


역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하루 이틀은 처음 먹어본 쓴맛에 거부감을 느끼다가  이익이 된다고 느끼는 순간 거짓말처럼  잘 마시게 됩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그 기능을 속이는 것입니다.

트로이목마 편에서 언급했지만   캡슐이나 당의정, 설탕에 범벅하여  꼴깍 삼키게 함으로써  인체가  입이라는 초소에서 아군과 적군을 변별하는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의  위험성입니다.


음식이나 한약은 입에서 맛보고 검증하여  취사선택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양약은  그 과정을 무시하여  체내에서 미치는 영향의  위해(危害)여부를 판단할  기본적인  작용을 박탈하기 때문입니다.


떳떳하면  충분히 입에서 맛보고 삼켜도  되지 않겠습니까?


기능이나 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칼의 양면을 잡는 것입니다.

자연은  칼 날을 잡는 것보다  칼 손잡이를 잡게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인간이 약효나 건강식품에 대한  간섭과 구속은 짧은 시간에 속효를 보기를 바라는  형태가 강조되어 자칫 칼날을 잡게 하는 위험성이 더 많이 노출되고 있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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