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2~3일 전 먹은 식사 메뉴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특별한 날, 근사한 곳에서 먹은 음식을 제외하고는 보통 그렇다.
하지만 음식으로 인해 탈이 나서 내원하는 환자에게 물어보면 기가 막히게 며칠이나 지났음에도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 느낌이 안 좋거나 평소에 먹던 음식임에도 이상함을 감지하였지만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한 숟갈 먹었는데 그것이 원인 같다는 얘기를 한다.
비록 그것이 사실인지를 떠나서 그 음식이 어떤 형태로든지 자극을 주었음을 나는 본능적으로 체크한다.
아울러 같은 음식을 먹은 다른 사람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음식 자체의 문제보다는
그 당시 음식과 나와의 상관관계에 있었음을 의미한다.
직장 생활 하루에 한 끼는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경우가 많다.
오늘 점심을 가령 제육볶음으로 맛있게 먹었다고 해서 내일 또 먹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다른 메뉴를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고 며칠 지나면 다시 제육볶음이 생각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입이란 녀석이 까탈스럽게 같은 음식에 거부감을 표현하고 수시로 메뉴를 달리하는 것은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요소(영양분)를 골고루 공급하기 위한 수요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중이다.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섭취하면 필요 이상으로 공급되어 과잉으로 인한 적체나 대사 교란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항상 적절한 범위 내에서 수급이 이뤄지도록 우리 몸이 입(혀)으로 하여금 특정 음식에 대한 기호도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계절이나 직업, 질병 등의 조건에서 각기 소모되는 특정 영양분의 편차가 발생하므로 그때마다 기호하는 음식이 차이가 나게 된다.
여름에 콩국수는 열을 식혀주는 흰콩의 작용을 몸이 선호하여 인기를 얻지만,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거짓말처럼 욕구가 사라지는 것도 신체가 가지는 계절에 대한 적응으로, 선호하는 음식에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리면 고열이 필요하므로 뜨거운 음식이나 매콤한 음식을 찾는 것도 퍼즐처럼 딱 필요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이나 약물은 초소처럼, 입을 통하여 맛을 보면 본능적으로 몸에 도움이 되는 성분인지, 이미 충분한 상태에서 과잉으로 부담을 주는 건지, 또는 독소처럼 해를 줄 것인지를 판단하여
삼키거나 뱉어내게 한다.
맛있는 음식도 세끼 연속으로 먹으면 특정 영양 과잉으로 몸에 부담이 되면서 입으로 하여금 질리게 하여 다른 음식으로 변경하게 하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건강을 위한 탁월한 선택이다.
한약도 입으로 맛보며 복용하는 것이므로 입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처방이 환자에게 필요한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였다면 복용하는데 부담이 없고 거부감이 없다.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처음엔 복용이 가능하다가도 점점 먹기가 어려워진다.
가령 음기가 부족한 병에 음기를 보충하는 처방은 선호되지만 반대로 양기를 보충하는 처방은 상태를 악화 시킬 수 있으므로 인체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입으로 하여금 거부를 하게 한다.
그래서 한약은 음식처럼 입이라는 검증기관을 지나므로, 강제로 복용하지 않는 한 건강을 해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문제는!
캡슐에 싸인 영양제나 항생제, 진통제 등의 약물이다.
트로이 목마처럼 입에서 맛보는 과정을 생략하고 들어가므로 마치 입국 심사를 받지 않고 입국하는 것처럼 그다음의 반응을 예측할 수가 없다.
철분은 생리 대사에서 효소나 촉매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체에도 중요한 성분이지만 같은 이유로 세균이나 기생충 등 인체에 해를 주는 병원체도 좋아한다.
군량미가 평시에는 아군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요소이나 전시에 적군에 들어가면 반대로 적군을 강하게 하기 때문에 후퇴 시 숨겨두거나 소각을 하게 된다.
철분이 평소에는 정상치를 유지하다가 질병이 걸리거나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철분을 회수해야 한다.
킬레이트라는 작용을 통해 철분을 혈액에서 회수하므로 몸이 좋지 않을 시 혈액 검사를 하면 정상적으로 빈혈 수치를 보이게 된다.
만약 빈혈로 오진하여 철분제를 투여하면 감염이 심해져 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는 오류를 범한다.
즉,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데 특정 수치가 낮거나 높다고 해서 임의로 영양제나 보충제를 투여해서 강제로 정상치를 만들려고 하면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상태를 악화시키기 쉽다.
맛보지 못하고 꿀꺽 삼키는 약들은 기미 상궁 없이 임금이 낯선 음식을 바로 먹는 것과 다름없으니 혹 그것으로 인한 문제가 누적되더라도,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계속 복용함으로써 더 큰 문제를 부를 수밖에 없다.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는 없다.
내가 표현하는 모든 행위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타당한 이치를 품고 있으니, 그 이치를 깨닫는다면 가려운 곳 긁어 주듯이 건강 증진이나 보호는 더할 나위 없이 쉽다.
하지만 내 몸의 증상을 질병으로 낙인찍으면서 강제적으로 교정하려고 하는 것은, 서커스맨이 밧줄 위에서 뒤뚱거린다고 장대를 뺏어 버리는 것과 같다.
장대를 좌우로 흔들어 몸이 균형을 잡는데, 그것을 흔들지 못하게 하면 몸이 흔들려 추락의 위험이 커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