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을 따라 이민을 왔다.
한국에는 번듯한 대기업을 다녔었고, 가족도 친구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남편 하나를 믿고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곤 했다.
내가 너 하나 보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나한테 잘해.
가끔 평생을 외국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답답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남편의 백수 생활이 길어졌고 생활비 통장이 점점 비어가기 시작되던 어느날
남편은 말했다.
나 때문에 다 표기하고 왔는데... 미안해...
그 말은 사과라기보다 고백처럼 들렸다. 직업을 잃은 것에 대한 미안함이 아니라,
내 인생 한 부분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가볍게 던졌던 말들,
“너 하나 보고 왔다”는 농담 속에 그는 늘 빚 처럼 마음을 얹고 살아왔다는 걸.
우리는 같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혼자서 그 선택의 무게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남편이 잃어버린 것이 직장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