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배운 중국어 빠르게 느는 법
누가 나한테 특이한 점 하나만 골라보라고 한다면 난 15년가량의 해외생활 경력을 말할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부모님 사업 때문에 중국 텐진으로 무작정 따라갔고 그때부터 쭉 중국에서 생활하며 대학마저 홍콩으로 갔다.
하필이면 대학교 2학년 때 중국이 영국과 한 50년의 홍콩 현상유지약속을 어기고 2019년도쯤 '송환법'과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는데 그때 딱 홍콩이 진정한 의미로써의 중국이 되어버렸구나란 생각이 절로 나더라. 실로 중국이 원망스럽고 미워지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연도에 난 홍콩소재 대학에서 4년 공부를 마치고 졸업했다. 이 글을 쓰면서 괜스레 놀란 거라면 그전엔 세본적 없었는데 내 인생의 50 퍼 아니 60 퍼 이상을 중국에서 보낸 것이다. 오랜 해외생활을 하며 보냈던 시간 중 제일 열심히 살았던 때를 손에 꼽아본다면 웃기게도 중국로컬 초등학교 시절 때이다.
사자는 자기 새끼를 절벽에서 굴려 살아남은 새끼만 키운다고 말이 있다. 내가 맹수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은 아니고, 그냥 난 절벽밑으로 굴려진 것과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아야만 했었다. 부모님은 중국에 왔으니 중국학교를 다니란 실로 명료한 논리로 날 중국로컬학교에 등 떠미셨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내가 중국어를 하나도 못 하고 니하오 딱 하나 할 줄 알았으며 반에 한국인이 나밖에 없다는 것과 수업이 오직 중국어로 진행된다는 점이 있겠다.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인데 우리 부모님은 무슨 생각하시고 날 보냈던 걸까.
로컬학교에서의 초등학교 3학년생활이자 첫 번째 일 년은 하도 예전이라 모두 기억하진 못 한다. 하지만 기억나는 대부분은 울고 있었던 것 같다. 학교 가기 싫어, 수업 너무 어려워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겠어 힘들어 엉엉 울면서 부모님한테 투정 부렸었다. 반에 있는 모두와 말이 통하지 않아서 외롭고 괴로웠던 거 같다. 심지어 점심은 중국 향신료맛 범벅이라 입도 못 대겠어서 매번 소고기초고추장을 싸가서 밥에 비벼먹곤 했었다. 그리고 좀 충격적이지만 내 짝꿍은 수업 중간에 몰래 자기 성기를 만지는 이상한 애였다... 지금 생각하니까 나 어떻게 버텼지... 믿을 수가 없다.
기억이 뚝뚝 끊기는 것처럼 그다음 내가 기억하는 건 3학년 2학기쯤에 밥을 먹으면서 중국어버전 포켓몬스터 공략집을 돌려보는 것이다. 그게 뭐라고 닳아 빠질 때까지 읽었던 거 같다. 목욕할 때도 들고 갔는데 물에 빠트려서 쪼글쪼글해진 노란색 피카추커버가 기억난다. 포켓몬스터 디지몬 극장판이랑 카드켑터체리애니도 중국어로 자주 봤었다. 재밌으니까 두 번 돌려보고 세 번 보고 했다. 몇몇 내가 좋아하는 화는 외울 정도로 봤었다.
그러고 나서 마법처럼 3학년 2학기 말쯤엔 완전히 중국어에 익숙해졌던 거 같다. 포켓몬이 나에게 내린 축복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교사분이랑 같이 집에서 공부를 항상 더 해서 학교 진도를 따라잡았었고 여러 과목에서 점수도 优 우수를 받았었다. 아마 초등학교같이 교육의 난이도가 높지 않은 시기라 가능했던 거 같다. 5학년까지 이 생활은 이어졌고 이후엔 국제학교로 가서 영어를 쓰면서 지냈다. 학비 수준이 달라서 그런가 국제학교에 갔을 땐 천국을 맛봤었다. 무엇보다 밥이 너무 맛있었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팁을 감히 하나 드리고자 한다면 그건 바로 좋아하는 걸 할 때 제일 몰입이 잘 된다는 거다.
중국어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것과 함께 한다면 더 쉽게 그리고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나의 경우엔 만화를 중국어로 시청하는 거였고 정말 결과가 좋았다. 몇몇 중국어 강사들이 중국 드라마나 중국 영화를 보라고 추천해 주는 걸 봤는데 음 개인적으론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니다. 중국 드라마는 심각하게 노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걸 찾고, 그것을 중국어로 즐길 방법을 찾아서 시간을 보내다가 보면 단순히 중국어 수업에 가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거다. 만약 좋아하는 게 펭귄이라면 중국어로 된 펭귄 영상을 찾아본다던지 남극의 눈물이 아니라 중국의 눈물 같은 다큐를 본다던지 방법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그러니 두껍고 재미라곤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는 교재를 의무감에 못 이겨 펼치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뭔지, 그리고 그것과 중국어를 섞었을 때도 즐길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