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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여니 Sep 17. 2023

스웨덴에서 혼자 외롭게 즐긴 Midsummer

겨울이 긴 스웨덴이 여름을 기념하는 방법


2023년 6월 23일 금요일, 스웨덴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미드썸머 축제, 즉 하지제를 경험했다. 미드썸머는 특히나 겨울이 기나긴 스웨덴에서 성대하게 기념하는 날이다. 그 시작은 바이킹 시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낮이 가장 긴 날을 기념하고 가을의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한국으로 치면 정월대보름과 맞먹는, 어쩌면 설날과 추석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념일인 거 같다고 느껴진다.


이 날엔 우리나라 추석, 설날 명절과같이 사람들이 온 가족과 함께 미드썸머를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특히나 미드썸머 전 날인 'Midsummer Eve'는 1950년대부터 편의상 6월 19일과 25일 사이에 있는 금요일로 정해져 그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이 날을 위해서 국영주류점인 '시스템볼라겟(System bolaget)' 매장 앞에는 줄을 서서 술을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이 날 밤만큼은 성인 국민들 대부분이 술을 마시며 즐겁게 보낸다고 한다.


Maypole을 둘러싸고 춤을 추는 풍습. 마치 강강술래같다 / 출처: 웹사이트 Visit Sweden 

 

나는 안타깝게도 이 날 혼자 공원에 갔었다. 스웨덴에 1월부터 1년간 교환학생으로 온 나는 봄학기에 친해진 친구들이 모두 나와는 달리 한 학기만 머물렀기에 종강 후 모두 자기 나라로 돌아갔었다. 사실 혼자서도 잘 노는 나는 큰 문제없이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다. 특히나 7월에는 여행을 길게 가기 때문에 6월에는 최대한 돈을 아껴가며 스웨덴 내에서 시간을 보냈다. 미드써머 당일에도 사실 미드써머가 그렇게 크고 의미 있는 행사인지도 몰랐고 실감이 안 났기 때문에 집에 있으려다가 심심해서 혼자 카페를 가던 참이었다. 근데 카페조차도 오후 2시에 문을 닫는 게 아닌가!! 보통 스웨덴 카페는 오후 6시쯤 문을 닫는 것도 놀라웠는데 2시에 닫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갈 곳이 없어진 나는 주변에 있는 예테보리 Slottskogen이라는 큰 공원을 갔다. 이 공원에서는 마라톤을 비롯해 예테보리 시 내의 큰 행사들이 주로 이뤄지는데 미드써머 행사도 한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공원의 큰 들판에서는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들판 중앙에는 Maypole이라는 크고 예쁜 기둥을 세워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미드썸머에 먹는 음식들 / 출처: 웹사이트 Visit Sweden


사람들이 뭘 먹고 뭘 하나 둘러보니, 많이들 감자와 크림, 딸기 그리고 허브가 올라간 연어 등을 먹고 있더라. 실제로 이 날에는 주로 '딜(Dill)'이라는 허브를 곁들인 청어 절임과 햇감자, 딸기,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먹는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북유럽의 소주인 스납스(Snaps)라는 술도 마신다고.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미드써머 같은 대표적인 행사에 스납스를 마시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직접 딴 풀과 꽃들로 장식한 화관을 쓰고 여자들은 예쁜 하얀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다녔다. 미드썸머에는 이렇게 풀과 꽃으로 장식한 소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풀과 꽃으로 덮여있는 Maypole이다.


머리에 쓰는 화관 / 출처: 웹사이트 Visit Sweden

 

그러다가 딱 오후 4시에 들려오는 노랫소리! 밴드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행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자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Maypole 주변을 둘러싸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노래에 맞춰서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기둥 중앙으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졌다가... 나도 신기해서 혼자 그 무리 안으로 들어가서 조금 따라 해보았으나 혼자 노니깐 영 재미가 없기도 하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지러워 중심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행사의 일부분만을 즐기고 그나마 늦은 시간까지 하는 다른 카페로 이동했다. ( 당시에 스웨덴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에스프레소 하우스’ 구독권이 있어서 여러 카페를 옮겨 다니며 음료를 마시는 게 가능했다. )

Maypole 주변에 모여 춤추는 사람들 

비록 혼자 보냈던 미드썸머이지만, 관찰자의 입장으로 그 나라 사람들이 이 행사를 어떻게 보내는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혼자 보낸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친한 친구들이 다 돌아갔고, 친한 스웨덴 친구도 가정도 없어서 혼자 있을 수밖에 없었던 미드 썸머. 그렇다고 친화력이 좋거나 붙임성이 좋은 편도 아니라 누군가에게 다가갈 용기도 나지 않았었다.


미드썸머에 하는 놀이들 / 출처: 웹사이트 Visit Sweden

미드썸머가 있던 주말 일요일, 같이 춤추는 친구들을 만나 오래 연습했던 춤 영상을 촬영하는 날이었다. 그날 친구들을 만나 미드썸머에 뭐 했냐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같이 춤추는 친구들 중에서는 이민자 친구들도 있는데 그 친구들은 스웨덴의 전통 기념일인 미드써머는 크게 보내지 않고 그저 쉬었다고 한다. 나는 그래도 공원에 가서 이 나라 사람들이 뭐 하는지라도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민자들도 저마다 다 다르겠지만 아무리 스웨덴 사람이어도 다 똑같은 마음으로 즐기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미드썸머를 스웨덴에서 보낼 수 있게 된다면, 꼭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길!




[참고]

[1] 스웨덴의 여름 축제, 미드서머 : “여름아 부탁해”. 에이비로드 매거진. 2017.06.01.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256168&memberNo=423197

[2] 스웨덴의 하지 축제(미드섬머 Midsummer). Bani's Blog. 2016.06.29. https://banisblogg.tistory.com/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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