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년 여 만에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에 생기도 불어넣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오랜만에 봄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싶어서였을까.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6달 만에 보기로 한 절친한 친구와 여느 날처럼 전화를 하던 중 갑작스레 여행 얘기가 나왔고, 그날로 제주도 여행이 즉흥적으로 결정되었다.
여느 여행이 그렇듯 가자는 말은 쉽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평소 산책을 좋아하던 우리는 평소 얘기로만 들어본 올레길을 걷기로 첫 번째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마침 찾아갈 만한 관광지들을 찾아보던 중 가파도라는 섬에서 우리 여행 시기와 맞물려 청보리 축제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총 21개의 코스 중 가파도와 가까운 10코스를 선택하여 제주도 남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올레길을 단순한 산책길 정도로만 생각하고 갔는데 웬걸, 올레길 안내 사무소에서 마주친 안내원께서 10코스만큼 어려운 코스가 또 없다고 잔뜩 겁을 주시는 게 아닌가. 하지만 평소 걷기에는 이골이 난 우리는 호기롭게 가방을 들쳐매고 길을 떠났다. 그 선택을 후회하기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마주한 올레길은 산책 코스보다는 차라리 등산길에 가까웠고, 좁고 가파른 산길을 이리저리 오르내리다 보니 날씨가 선선했음에도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옷차림도 편하지는 않았던 탓에 말도, 웃음도 잃은 채 우리는 묵묵히 쉴 곳만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그래도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스스로를 증명해 내려는 듯, 한참을 걷던 우리 앞에 너무나도 예쁜 풍경의 카페가 나타났다. 기쁜 마음에 바로 가방을 내려두고 시원한 음료 한 잔 씩을 기울이며 우리는 비로소 제주도의 날씨와 경치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우리는 끝내 기운을 내서 올레길 10코스를 완주하는 데에 성공했고, 중요한 교훈 하나를 배워갈 수 있었다.
여행을 가서 마주한 친절한 지역 주민의 조언은 꼭 마음에 새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