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참 희한하다
이전 글에서 영재원 고배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어제 일어난 일 때문에 글의 결과가 바뀌게 되었다.
2교시 수업 중 055-로 시작하는 지역번호로 전화가 왔다.
수업 중 전화는 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간단히 수업임을 알리고 끊어야 한다.
'네, 수업중입니다만.'하고 입을 뗐다.
해당 전화는 교육청 영재담당자의 전화였다.
영재강사 면접대상자 6명 중 2명이 합격했으나, 두 명중 한 명이 타 지역 영재원 강사로 활동하게 되어 공석이 발생했다는 것. 내가 3순위라 활동 의향을 물어보러 전화했다는 것이 통화의 주된 내용이었다.
얼떨떨했다. 학생들도 1분 내외의 통화에 변한 내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고 놀랐을 것이다.
제안을 수락하고 전화를 끊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1월 16일 영재원강사 합격 발표 후 나는 영재강사와의 인연이 닿지 않았나보다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던 참이었다. 영재원 강사 면접날이 2주쯤 지났고, 합격 발표자 공문 발송일로부터 열흘쯤 지난 날,
모든 것이 매우 바쁘게 바뀌고 드라마틱하게 전개되고 있다. 영재강사 소집 및 협의회 날짜에 공교롭게 전화를 받았다. 장학사는 공문이 다음 주 중에 발송될거라 협의회 참석은 안해도 된다고 했다.
오후 3시 30분, 2006년경부터 진해 영어연구회에서 같이 활동하던 순님이의 전화를 받았다. 알고 지낸 세월이 20년. 후아. 이 이야기는 나중에 또 풀자. '언니.. 지금 바로 영재협의회에 와 줄수 없을까? 전달할게 많고, 따로 날을 잡기 어려울 것 같은데.' 하고 말한다.' 순님이가 영재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건 알고 있었다. 내선전화로 교감 선생님께 현재 상황을 전달드리고 조퇴를 해도 되는지 여쭈었다. 다행히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순님이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 풀브라이트 원어민 관련으로 남양초 교사와 통화로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개학과 동시에 밀도있는 많은 일들이 몰려와 숨쉬기 어렵게 느껴진다. 당장 2월에 미국 풀브라이트 원어민이 도착하게 되어 그와 관련한 몇 가지 고민하고 있었다. 다행히 2년차 풀브라이트 사업 중인 남양초 담당교사와 통화가 되었다. 나의 대학교 동기 은경이었다. 둘이서 이런 우연과 인연에 자지러지게 한바탕 웃고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며 사업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하던중 있었다. 그녀 역시 휴직하고 중국에 자녀들을 데리고 3년간 지내다 왔다고 했다. 진해교육청으로 향하는 길, 그녀와는 2월 원어민 인도하는 날 만나자며 통화를 끝냈다.
여전히 뒤숭숭한 기분으로 안민터널을 향하던 그때. 진해에 사는 여동생 집 방향으로 가는게 익숙했던 나는 고가를 타고 석동터널로 진입하고 있었다. 도착시간이 4분 지연되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나머지 3명 교사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렇게 번갯불에 콩이 구워지는지 새카맣게 타는지 모르게 긴박하게 협의회에 참석하고 안내 사항을 전달받았다. 낯설지만 설레고 두근거리는 시간이었다.
어제 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도하고 고난하고 좌절하고 수용으로 넘어가던 나를 스타퍼처럼 멈춰 세운 사건이다.
2024년에 복직하여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2년동안 여기까지 왔다. 희노애락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지. 어떤 일도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살면서 어떤 기대도 하지 않도록 일을 만들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허나 나는 언제나 많은 일에 뛰어들고 기대하고 고난하고 좌절하고 때로 성취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것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어디에 빠트릴지 모르겠다. 그래도 언제나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나의 설레는 가슴으로 그 일들을 마주하고 싶다. 매번 처음 마주하는 것처럼 모든 일에 새롭게 온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
당장 다음 주, 영재원 수업과정 계획서를 제출해야하는 일과 준비물 구입목록을 만드는 일이 주어졌다. .. 마음 속 한 켠, 해리포터와 영어 그리고 멋진 아이들과 함께 할수 있는 판이 깔려서 감사하다는 감정이 부풀어 오른다. 아직도 어안은 벙벙하지만.
집에 오는 길에 함께 영재강사지원을 준비했던 택원이와 통화했다. 나의 합격소식을 전해듣고 곧장 축하하기 위해 전화한 것이었다. 나의 좋은 소식을 자신의 일처럼 선뜻 좋아해주는 이가 있어 또 한번 감사를 느낀다.
좋은 사람들이 나를 감싸고 그들과 오래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나도 그들에게 같은 온기를 전해줄 수 있기를.
함께하는 시간이 따뜻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