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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성 Sep 03. 2021

투자는 일탈이다.

쉽게 살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주식투자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스무 살 때 경영학원론 과제로 매주 신문스크랩을 하며 경제와 경영에 대해 한참 흥미를 느낄 때 직접투자를 하면 이러한 정보들이 더 생생하게 내 것이 된다는 교수님의 한마디가 나를 고통의 시스템으로 초대했다.


나에게 주식투자는 언제나 복잡한 세상 속에서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탈을 꿈꾸게 함과 동시에 고통의 연속이었다. 방학기간에도 고향집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차트와 호가창 속에 갇혀서 6시간씩 배고픔도 잊은 채 몰입했었다.


아르바이트와 용돈으로 모은 200만원 정도의 투자금을 쪼개어 수십종목을 담고 하루에 열 번도 더 넘게 사고팔고를 반복하면서 이 기계적인 패턴 속에 단순한 승리의 기법이, 나만의 노하우가 발견될 것이라고 매일 기대하며 증시의 개장을 기다렸다.



학과 일정과 주식투자를 병행한다는 즐거움은 상당했다. 나만의 비밀스러운 무기를 발견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는 착각이 한동안 나를 사로잡았던 것 같다.


군생활을 하면서도 주식투자와 관련된 많은 서적을 탐독하고 기록하면서 나만의 기법에 대한 환상은 계속되었다.


전역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주식 투자하기가 더 좋은 환경이었다. 직장인들에게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고 주변의 동료들 대부분도 깊게 대화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시장에 대한 나름의 판단과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일찍 시작해서 남들보다 경험이 많고 다양한 산업과 개별종목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해서 투자를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주식투자는 결국 스포츠 경기처럼 결과가 가장 중요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주식투자는 여전히 나에게 일탈을 꿈꾸게 한다. 어느 날 내가 보유한 종목이 두배, 세배 급등해서 여웃돈이 생기면 자동차도 바꾸고, 여름휴가에 분수 넘치게 비싼 티켓을 끊어 먼 곳에서 특별한 경험도 하고, 와이프에게 명품가방도 하나 선물하고 싶은 상상이 절로 들게 한다.


쉽게 성공하는 길은 없다지만 쉽게 성공하고 싶은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매체에서 성공했다고 강연하는 사람과 내 현실을 비교하노라면 열등감과 박탈감이 몰려온다. 파란색 이불 덮고 고이 잠들어있는 내 주식 잔고가 떠오른다. 다 팔고 하나에 집중할까?


- 나도 가끔은 쉽게 가고 싶다.

/ `21.8.1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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